'법관모임 와해문건' 부장판사 소환…"검찰서 말할 것"

입력 2018-08-16 10:30   수정 2018-08-16 13:38

'법관모임 와해문건' 부장판사 소환…"검찰서 말할 것"
'인사모 자연소멸 로드맵' 구상…'성완종 리스트' 영향분석 문건도 작성
변협 압박 관련 前임원진 참고인 조사…"양승태, 책임 있는 자세 보여야"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16일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창원지법 박모(41) 부장판사를 소환해 조사 중이다.
박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2년간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하면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대응 방안',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응 방안', '인터넷상 법관 익명게시판 관련 검토'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자발적 모임에 대한 견제방안 문건을 주로 작성했다.
이날 오전 9시 45분께 검찰에 출석한 박 부장판사는 이들 문건 작성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다"라고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2016년 3월 작성한 '전문분야 연구회 개선방안' 문건에서는 소모임에 중복으로 가입한 법관을 정리하고 다른 연구회를 신설해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자연스럽게 와해시키는 일종의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사모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조직적·지속적 견제는 최근 재판거래 의혹 수사로 번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촉발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이나 판사 소모임 구성원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법원이 자체 진상 조사하는 과정에서 재판거래 의혹 문건이 발견됐고, 이로 인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박 부장판사는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상고법원 추진사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문건도 작성했다. 그는 이 문건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을 언급하며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사건 처리 방향과 시기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박 부장판사가 구상한 법관모임 견제방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실행된 점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과 수석부대변인을 각각 지낸 정태원·노영희 변호사를 불러 법원행정처의 대한변협 압박 정황을 보강 조사했다.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에 반대 목소리를 낸 하창우 전 회장이 2015년 2월 취임하자 사건 수임 내역을 뒷조사하는 등 사실상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압박 수단을 구상하고 일부 실행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노 변호사는 "2014년 8월 대한변협이 상고법원 관련해 반대 취지의 성명을 낸 뒤 대법원이 상당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며 "당시에는 그런 일이 왜 문제가 됐는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전부가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이 다시 태어나야 함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원 수뇌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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