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 이족보행 지금과는 사뭇 달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엄지발가락은 인간의 발 부위 중에서 가장 늦게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를 시작으로 초기 인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지 440만년이 됐지만, 지금처럼 걷거나 뛴 것은 한참 뒤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16일 BBC방송에 따르면 미국 밀워키 마케트대학의 피터 페르난데스 박사는 인간과 영장류의 발가락 마디 화석을 3D 스캔해 비교하고 진화 과정을 분석한 결과, 인간의 엄지발가락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띤 것은 다른 발가락에 비해 상당히 늦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최신호에 밝혔다.
페르난데스 박사는 "초기 인류가 완전한 직립 보행을 하기 전에는 상당 시간을 나무에서 보냈기 때문에 엄지발가락은 움켜쥐는 기능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면서 "현생 인류는 발을 더는 원숭이처럼 이용하지 않게 되면서 걷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엄지발가락을 이용해 안정성을 늘렸다"고 했다.
엄지발가락이 움켜쥐는 기능을 버리고 걷거나 뛸 때 도움이 되도록 구조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약 200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사람속(屬)의 진화 시기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인체해부학 전문가인 프레드 스푸어 교수는 "호미닌(hominin)이 능숙한 이족보행과는 양립할 수 없는 움켜쥐거나 마주 보는(opposable) 엄지발가락을 가졌었다는 것은 다소 충격"이라고 했다.
페르난데스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초기 인류의 발이 다양하고 혼합된 기능을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인류는 거대한 한 걸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변화의 산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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