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이 중앙종회 임시회를 열고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재적 의원 7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찬성이 56표나 나왔다. 총무원장 불신임안은 오는 22일 개최 예정인 원로회의의 인준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하지만, 현재 조계종 상황을 고려하면 원로회의가 불신임 결의안을 인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국내 최대의 불교종단인 조계종단 역사상 처음으로 총무원장 탄핵 사태까지 빚어지게 된 것은 원인과 경위를 떠나 불행한 일이다.
작년 11월 임기 4년의 제35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설정 스님은 선거 과정에서 학력위조 의혹,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숨겨둔 자녀가 있다는 의혹 등을 받았지만 당선됐다. 이후 MBC 'PD수첩'이 지난 5월 설정 스님 관련 의혹을 다루면서 논란은 다시 확대됐고, 설조 스님이 41일간 단식하는 등 퇴진 요구 목소리도 커졌다. 설정 스님이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조계종 내 '의혹 규명 및 해소위원회'가 친자 의혹과 관련해 "진위 판단이 어렵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상황에서 정확한 사실 확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의혹이 제기되고 논란이 확산하는 자체만으로 불자는 물론 국민 보기 민망한 상황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원로회의에서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인준하면 조계종은 총무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며,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설정 총무원장이 해임되면 차기 권력을 잡기 위한 세력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오는 등 혼돈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여 안타깝다. 종교가 일상의 고달픔에 시달린 중생들의 마음을 쓰다듬고 아픔을 위로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을 벌여서야 될 말인가. 조계종단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깊은 자성과 변화의 각오부터 다져 나가야 한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몇 해 전 부처님오신날 법어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화와 갈등은 탐진치(貪嗔癡)가 그 원인"이라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떨쳐버리고 내 마음에 본래 갖춰져 있는 반야(般若)의 밝은 지혜를 회복하려면 인인개개(人人箇箇)가 참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회하고 자정하며 조계종단이 스스로 갈등을 치유할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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