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합류 첫날 선수단 미팅…코치진에 식사 시간 변경도 요청
(반둥=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존재감만으로도 동료에게 힘을 주는 선수가 있다. 김학범호의 수비수 김민재(전북)는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후배들에게 힘이 된다"라고 말할 정도다. 바로 김학범호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두고 하는 얘기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의 핵심 골잡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25개국 선수단에서 유일하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뛰는 가장 이름값이 높은 선수로 손꼽힌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 13일 손흥민이 반둥에서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곧바로 '캡틴' 완장을 줬다.
팀에서는 와일드카드 골키퍼 조현우(27·대구)가 가장 나이가 많지만 김 감독은 최전방 공격을 책임질 손흥민에게 주장 역할을 맡겼다.
'주장' 손흥민은 합류 첫날부터 선수단 미팅을 주선했다. 코칭스태프 없이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기 위해서다.
손흥민은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식사시간도 코칭스태프와 상의하며 '형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15일 펼쳐진 바레인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는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손흥민의 체력을 아끼기 위해 김 감독이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에 남아 코칭스태프와 함께 20여분 동안 강도 높은 '나머지 훈련'을 했다.
실전을 치르지 않았지만 몸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결정이었고, 선수들은 텅 빈 그라운드에서 말레이시아와 2차전(17일)에 대비해 구슬땀을 흘렸다.
'나머지 훈련'으로 피곤할 법도 했지만 손흥민은 숙소로 돌아가 '선수단 전체 채팅방'을 통해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와 황희찬(잘츠부르크)을 방으로 호출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손흥민이 이승우, 황희찬과 면담을 요청했다"라며 "바레인전 후반에 투입된 두 선수의 경기력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손흥민은 바레인전에서 1골 1도움을 작성한 나상호(광주)와 같은 방을 쓴다. 나상호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손흥민이 '제가 박지성 선배랑 함께 방을 썼던 거랑 비슷한 거죠'라는 농담을 했다"고 귀띔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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