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 4-3-3 전형 선호하는 '단판승부의 강자'

입력 2018-08-17 13:07   수정 2018-08-17 18:00

벤투 감독, 4-3-3 전형 선호하는 '단판승부의 강자'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으로 수비 조직력과 역습 강조
스포르팅 감독 시절 '컵대회의 왕자'라는 별명 얻어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게 된 파울로 벤투(49)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으로 단판승부(녹다운 방식) 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지도자다.
1969년생으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난 벤투 감독은 1987년 오리엔탈을 통해 프로에 입문했고, 벤피카와 에스트렐라 아마도라, 비토리아,
오비에도, 스포르팅 등 주로 포르투갈 리그에서 뛰었다. 프로 통산 442경기에 뛰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루이스 피구와 같은 황금세대 일원이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A매치 35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한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 출장해 박지성과 맞대결을 벌였고, 박지성의 결승 골을 앞세운 한국에 0-1로 지면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그는 오히려 지도자로서 능력을 발휘했다.
현역 은퇴 후 2004년 스포르팅 리스본 유스팀을 맡은 그는 지도력을 인정받아 이듬해 1부리그 스포르팅 리스본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스포르팅을 이끌며 두 차례 FA(축구협회)컵과 슈퍼컵 우승을 지휘했다.
스포르팅에서 사령탑으로 통산 229경기에서 올린 성적은 139승 51무 39패로 승률이 60.7%에 달한다. 이 기간 세 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행을 이끌었고, 2008-2009시즌에는 16강도 경험했다.
벤투 감독 영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벤투 감독은 그리스 무대에서 68%의 (높은) 승률이 있었기 때문에 (선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대표팀 감독이 되기 전에는 스포르팅에서 네 시즌 동안 FA컵과 슈퍼컵에서 2년 연속 우승해 4개의 트로피를 얻으면서 '컵대회의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팀 감독으로서도 성과를 냈다.
2010년 포르투갈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그는 2014년까지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며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4강 진출을 지휘했다.
대표팀 사령탑 재임 시절 44차례의 A매치에서 24승 11무 9패, 승률 55%로 나쁘지 않았다.
2014년에는 브라질 월드컵에는 유럽예선을 통과해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독일과 1차전 0-4 완패에 이어 미국전 2-2 무승부, 가나전 2-1 승리에도 1승 1무 1패를 기록해 조별리그 탈락을 맛봤다.
그는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16)까지 감독 계약을 연장했지만 2014년 9월 예선에서 포르투갈이 약체 알바니아에 0-1로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사임했다.
월드컵 이후에도 지도자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2016년 5월 브라질 크루제이루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적 부진으로 2개월 만에 사퇴했다. 곧바로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 부임했지만 좋은 성적에도 특정 선수를 비난했다가 이듬해 3월 해임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 사령탑에 올랐지만 팀이 10위 밖으로 밀리는 성적 부진 속에 지난 7월 경질됐다.
중국 슈퍼리그 실패 한 달 만에 한국 대표팀을 4년간 이끌 새 선장으로 취임한 셈이다.
벤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답게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의 축구를 구사한다.
특유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능력도 뛰어나다. 아울러 유로2012 때는 베테랑 선수들을 빼고 젊은 피를 기용해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전술적으로는 포백 수비진을 중심으로 하는 4-3-3 포메이션을 선호한다. 브라질 월드컵 때는 포스티가를 최전방에 세우고 좌우 날개에 나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배치한 공격 삼각편대를 운영했다. 그러나 호날두를 보유하고도 브라질 월드컵 16강에 오르지 못했고 호날두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격 때는 역습을 강조하고 단단한 수비와 빌드업을 중시한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한국 대표팀에도 이식할 가능성이 크다.
김판곤 위원장은 "벤투 감독은 효율적인 수비와 역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한국 축구와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공격에서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명확하게 설명해줬다"고 전했다.



chil881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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