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레드코어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것" 억지 해명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독자기술로 개발했다던 웹 브라우저가 미국 구글의 '크롬'을 베낀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가 17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의 스타트업 '레드코어'(紅芯)는 자사가 개발한 사무용 웹 브라우저를 홍보하면서 "중국 최초로 혁신적인 스마트 브라우저를 개발해 미국의 독점을 깨뜨렸다"고 자랑했다.
레드코어 브라우저의 고객에는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국가항천국 등 중국 정부 부처와 많은 국유기업이 포함됐다.
이 회사는 최근 정부기관, 대기업 등의 투자를 유치해 2억5천만 위안(약 41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한 중국 누리꾼이 레드코어 브라우저의 내장 파일을 분석한 결과 구글의 웹 브라우저 '크롬'을 베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중국 온라인에서 이 동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레드코어 측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레드코어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천번펑(陳本峰)은 "우리 제품이 크롬의 브라우저 엔진에 기반을 둔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며 "하지만 크롬 브라우저는 매우 낡은 기술에 불과하며,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하나하나 다 만들려고 했다면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드로이드가 리눅스 기술에 기반을 뒀지만, 아무도 구글 안드로이드의 혁신성을 부인하지 않는다"며 "우리 브라우저에도 많은 독자기술이 가미됐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의 다른 경영진은 "우리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혁신을 이뤄낸 것"이라는 억지 해명을 하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이 지난 2003년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신'(漢芯)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질타했다.
당시 상하이교통대학의 천진(陳進) 교수는 중국의 독자적인 디지털 신호처리 칩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칩이 미국 모토로라 사의 제품을 그대로 베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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