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우리 해역 표층 수온 1.23도↑…세계 바다 상승 폭 2.6배
제주 바다 어종 40%가 아열대성…그물코돌산호는 이미 제주 점령
독도서도 열대종 관찰…열대성 해양생물 분포 등 조사 서둘러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조정호 이영희 손대성 기자 = 바다의 포식자 백상아리 한 마리가 지난 7월 14일 경북 경주 인근 바다에서 어선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영화 '조스' 주인공인 식인상어로 알려진 백상아리는 주로 열대와 온대 해역에 서식하는데 최근 한반도에 출현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4월 27일에는 경남 거제시 남부면 앞바다에서 '백상아리'로 보이는 상어 1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지난해 8월 경북 영덕 앞바다, 2014년 6월 충남 보령 앞바다, 2014년 1월 강원도 고성 앞바다, 2013년 8월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도 백상아리가 잡혔다.
이는 우리나라 연안이 아열대 바다처럼 변하고 있는 이상징후의 하나다.
이상징후는 제주에서 독도에 이르기까지 전 바다에 걸쳐 포착되고 있다.
주로 열대 먼바다에 사는 고래상어도 지난해 10월 19일 강원도 삼척 앞바다와 같은 해 9월 25일 경북 영덕군 강구면 해안에서 잇따라 발견됐다.
아열대 해양생물 지표종인 그물코돌산호가 제주 바다에 정착한 것도 뜨거워지는 바다 환경 변화의 사례다.
그물코돌산호는 필리핀, 대만, 호주 등 전 세계 열대나 아열대 해역의 산호초 지대에 서식하는 종이다
그물코돌산호는 2008년 제주도 문섬과 서귀포 해역에서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게 발견됐지만, 현재는 제주 전 연안으로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 동안 제주 연안에 출현한 아열대성 어종은 어획된 전체 어종의 40%를 넘었다.
2014년 43%, 2015년 43%, 2016년 41%, 2017년 42%였다.
제주 바다에 나타난 대표적인 아열대성 어류는 청줄돔, 가시복, 거북복, 호박돔, 아홉동가리, 쥐돔, 철갑둥어 등이다. 주로 필리핀, 대만 연안에 서식하는 어류다.
안철민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장은 "아열대 해양생물들이 이미 제주 연안에서 정착해 산란·성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해 연안은 물론 동해 독도 주변 바다에서도 아열대에 사는 산호초와 물고기들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산과학원이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 집필 200주년을 기념해 서해의 흑산도 주변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조사해보니 자산어보에 기록되지 않은 26종이나 됐다.
이 가운데 당멸치, 일지말락쏠치, 샛돔, 독가시치, 바리밴댕이, 열동가리돔, 노랑촉수, 꼬치고기, 별넙치, 투라치, 동강연치 등 16종은 열대나 아열대에 서식하는 물고기였다.
수온 상승으로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한반도 해역에서 '멸종위기'에 가까워졌지만, 고등어와 멸치 등 난류성 어종은 어획량이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펴낸 '기후(수온)변화에 다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 보고서를 보면 국내 어선이 연근해 어업으로 잡은 명태 어획량은 1986년 4만6천890t에서 작년 1t으로 급감했다.
동해안 해역 수온이 상승하면서 명태가 북태평양으로 이동한 데다가 어린 치어(노가리) 남획으로 자원량이 부족해져 2000년부터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꽁치와 도루묵 등 다른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도 크게 줄었다.
반대로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류는 1970년 3만6천256t에서 2017년 11만5천260t으로, 멸치는 같은 기간 5만4천47t에서 21만943t으로 각각 증가했다.
한여름인 현재 우리나라 연안의 수온은 서해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해역에서 28도를 오르내리고 있어 사실상 아열대 바다가 됐다.
최근에는 수온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28도를 넘는 고수온 현상이 지속하는 기간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의 수온 상승 속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다.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0년간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은 약 1.23도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바다의 상승 폭(0.48도)의 약 2.6배에 이른다.
해역별로는 동해가 1.48도, 서해가 1.18도, 남해가 1.04도 각각 상승했다.
게다가 2013년 이후 여름철마다 폭염에 따른 연안의 고수온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연안의 7월 평균 수온은 고수온 피해가 심했던 2016년보다도 2∼3도나 높다.
여름철 일평균 수온이 최고점에 도달한 시기도 2016년 이전 8월 중·하순에서 지난해부터는 8월 초순으로 앞당겨졌다.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 물고기 피해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수산과학원 등은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매년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우리 연안에서 아열대성 어종이 살 수 있는 바다가 점점 북상하고, 해류를 타고 유입하는 어종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서영상 자원환경과장은 "우리 연안의 수온 상승이 계속되면 일본 오키나와 연안에 사는 무늬바리, 등혹점놀래기, 첼리놀래기 같은 고급 어종들이 제주도 부근까지 북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연안에 나타나는 아열대성 물고기의 종류, 분포지역, 자원량, 서식 환경, 연안 정착 여부 등에 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한인성 박사는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철에는 30도를 넘는 고수온이 발생하고, 겨울철에는 한파로 수온이 급락하는 등 양극화가 뚜렷하다"며 "아열대 기후나 추운 날씨에도 잘 적응하는 새로운 품종의 개발, 양식장의 위치 이동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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