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페이스북 15억 사용자 중 20명 대상 표적광고 가능"
"소액으로 엄청난 파급효과"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자신들의 메시지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소그룹을 찾아내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마이크로타깃팅(극소수 표적)' 광고 기술.
이용자 위치정보는 물론, 정치적 성향, 역사적 기호, 어느 박물관을 자주 가고 어떤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는지 등 상세한 취향을 파악해 맞춤형 광고를 하는 이 기술은 15억 페이스북 일일 활성 사용자 가운데 단 20명만을 대상으로 한 광고까지 할 수 있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이 이 마이크로타깃팅 광고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인과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집단에게도 이런 유형의 광고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창구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페이스북은 광대한 이용자 개인정보와 사용하기 쉬운 셀프서비스 광고 시스템으로 마이크로타깃팅 정치 광고의 '피뢰침'이 되고 있다"면서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 저널리즘 스쿨의 김영미 교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치 저널리즘 분야의 전문가다.
'디지털 광고 추적과 분석' 프로젝트 보고서에서 김 교수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러시아 그룹의 개입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선거 1주일 전에 러시아 그룹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거나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와 맬컴 X 등에 관심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게재하겠다며 페이스북에 돈을 냈다. 광고에는 비욘세의 백업 댄서 사진도 등장한다.
겉으로는 흑인 인권운동에 관심 있는 매우 건전한 게시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거 당일 러시아 그룹은 이 정밀하게 목표화한 광고 대상에게 "어느 후보도 흑인을 대표하지 않는다. 투표하지 말라"는 선거 보이콧 광고를 보냈다.
흑인들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지지도가 높았으니 이들의 보이콧은 결국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유리한 것이었다.
김 교수는 "선거 이전에는 인종차별 철폐와 비(非)백인 유권자들의 인종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문화적 동질성 촉진 캠페인으로 시작된 광고가 나중에는 유권자 투표 억제 메시지를 통해 선거를 방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개입 파문이 이후 페이스북은 올해 5월 파괴적 집단이 페이스북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주요한 정책변화를 발표했다.
우선 러시아 그룹이 사용했던 타깃 광고 카테고리 가운데 3분의 1을 삭제했다. 여기에는 '젊은 흑인 전문가 그룹', '미국 원주민', '재향군인 돕기 모임' 등이 포함돼 있다고 NYT는 전했다.
또한, 광고주들이 인종·민족·성적 취향·종교와 같은 민감한 카테고리에 속한 이용자들을 임의로 배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정치 광고를 내려면 자신이 미국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토록 했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게재된 정치 광고 아카이브를 마련해 광고비용, 시청률 및 고객의 인구 통계에 대한 정보까지 보존키로 했다.
페이스북의 제품 관리 책임자인 롭 레던은 "아카이브 및 기타 변경 사항은 페이스북 광고 툴(tool)의 남용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는 페이스북에서 모호한 광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인권운동 그룹과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마이크로타깃팅 정치 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기성 뉴스를 조사하고 있는 영국 의회 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마이크로타깃팅 정치 광고는 공포와 편견을 조장하는 극단적 당파주의 관점을 통해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며 전면 중단시킬 것을 촉구했다.
영국 광고실무자협회의 새라 골딩 회장은 NYT 인터뷰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 고안된 광고 기술이 점차 무기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부류의 광고는 전면 유예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타깃팅은 소액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러시아 댓글 업체인 인터넷리서치에이전시(IRA)가 미국 내 히스패닉계의 불안감 조성을 위해 내보낸 광고가 있다.
멕시코·라틴 힙합·치카노(멕시코계 미국인)에 관심 있는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이 광고는 미-멕시코 국경 철조망의 '침입 금지' 표지판 앞에 서 있는 이민자들이 "우리는 당신들(미국인)의 직업을 훔치려는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만화였다.
IRA는 극소수 타깃층에 보내는 이 광고를 불과 16센트(180원)에 샀다. 조회 수도 283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광고를 본 소수의 사람이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결과적으로 1만6천 개의 리액션과 9만5천 개의 공유를 발생시켰다고 NYT는 전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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