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뒷걸음질 때 은행은 이자수익 20조원 '나홀로 호황'

입력 2018-08-19 07:05  

기업 실적 뒷걸음질 때 은행은 이자수익 20조원 '나홀로 호황'
'삼성전자 착시효과' 제외시 코스피 상장사 상반기 순익 7.3% 감소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박의래 한혜원 기자 = 올해 상반기 금융업을 제외한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이 사실상 감소했지만 은행들은 이자이익으로 약 20조원을 벌었다.
상장사들은 성장이 확연히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은행은 '땅 짚고 헤엄치기'인 이자장사로 나 홀로 호황이다.
1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36개사(금융업·분할합병 기업 등 96개사 제외)의 상반기 순이익은 63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27% 증가했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던 지난해 상반기를 넘어서는 성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착시효과'를 제외하면 순이익이 40조7천억원으로 7.3% 감소했다.
반면 국내 은행은 상반기 순이익이 8조4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0% 늘었다.
특히 이자이익은 19조7천억원으로 9.5% 증가하며 20조원에 육박했다.
예금금리는 찔끔 조정하고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는 방식으로 예대마진을 키운 것이 주 배경이다.
기업 실적은 나빠지는데 은행 이자수익은 늘어나는 모습은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명확하게 감지된다.
2분기 상장사 순이익은 30조7천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41% 감소했다. 반면 은행 2분기 이자이익은 10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3.1% 늘었다.
2분기 대출 평균금리가 전 분기보다 0.07%포인트 높아졌는데 예금금리는 0.04%포인트만 오른 영향이다.
이를 두고 최근 은행들의 영업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안정적인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보증부 대출만 주로 늘리고 돈이 꼭 필요한 중소기업 등에는 신용평가나 기술력 평가 없이 대출을 거절하거나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과도한 이익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나 기업에 적정 수준 이상 대출금리를 책정했다는 뜻"이라며 "적정한 금리를 산정하고 수익에 걸맞게 고용을 늘리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이 더 많은 돈을 들여 제대로 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술력이나 평판 등 무형자산 평가를 제대로 하면 지금보다 낮은 금리로 꼭 필요한 곳에 돈을 투입해 자금중개라는 은행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은행업 면허라는 높은 진입장벽 안에서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6일 합동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산업은 대표적 독과점 내수산업으로 경쟁이 상당히 제약되고 규제 속에 안주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오프라인 시중은행을 더 늘려 경쟁도 촉진하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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