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0년 만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공개됐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는 17일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와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경제성장률 둔화로 연금 적자전환 시기와 기금고갈 시기가 앞당겨지니 보험료를 올리고 가입 의무 연령을 높이고 연금수령 시기를 늦추자는 것이 골자다. 적게 내고 많이 받아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도입된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한 노후생활 안전망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현실적이고 합리적 개혁은 피하기 어렵다.
재정추계위 추계로는 2042년에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 기금이 바닥난다. 기금 규모도 2041년에 1천788조 원으로 최대에 달했다가 그 후 쪼그라들게 된다. 5년 전의 추계 때보다 적자전환과 기금고갈 시기가 2년, 3년이 빨라지고 최대 적립금 규모는 783조 원이나 줄었다. 가입자는 내년에 2천187명으로 최고점에 이른 후 2088년에는 1천19만 명으로 절반 이상 주는 반면 수급자는 올해 367만 명에서 2063년에는 1천588만 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내는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구조니, 제도가 끝까지 유지될 리 만무하다.
제도개선위는 소득대체율을 더는 낮추지 않고 올해 수준(45%)으로 유지하는 1안과 해마다 0.5% 포인트씩 낮춰 2028년 이후 40%로 유지하는 2안을 내놨다. 노후보장성이 높은 1안을 채택하면 보험료율을 더 빠르게 올려야 한다. 현행 보험료율(9%)을 내년부터 당장 11%로, 2034년에 12.3%로 올리고 그 뒤에도 5년마다 인상해야 한다. 노후보장성이 떨어지는 2안을 택해도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13.5%까지 올려야 한다. 어떤 안이라도 내년부터 보험료율 인상을 피할 순 없다. 연금 받는 시기가 65세(2033년)에서 2043년까지 67세로 연장되고, 의무가입 나이는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바탕으로 9월 말까지 정부 안을 만들어 국회에 넘긴다. 사실상 공론화가 시작된 셈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불가피한데 쉬운 게 하나도 없다. 가뜩이나 받는 연금액이 적은데 보험료를 더 내라니 누가 쉽게 수긍하겠나. 여론도 좋을 리 없다. 1998년 이후 여러 번 인상이 시도됐지만, 번번이 좌절된 이유다. 도입 때 70%였던 소득대체율이 40%까지 내려가 그러잖아도 '용돈연금'이란 비아냥을 듣는데 더는 낮출 수 없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변죽만 울려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정부가 나서 설득해야 한다. 더 늦게까지 내고 수령 시기를 늦추는 것의 이점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 국민연금은 납입액이 많을수록, 가입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지만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총선(2020년)과 대선(2022년) 등 굵직한 정치 일정에 발목이 잡혀 국민연금 개혁을 또다시 미루면 안 된다. 정치권은 여론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연금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연금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수익률이 높아지면 결국 국민부담은 낮아진다. 차제에 지방에 내려간 기금운용본부를 투자전문가 영입 환경이 탁월한 서울로 옮기고 아직도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을 서둘러 임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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