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급여수준' 근로자 "올려야" vs 사용자 "낮춰야"

입력 2018-08-17 18:02  

'국민연금 급여수준' 근로자 "올려야" vs 사용자 "낮춰야"
개편방안 공청회서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놓고 각계 '격론'
사용자측 "보험료율 인상, 큰 저항 부를 것"…근로자측 "보장성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김잔디 기자 = 17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 제도 개선방향 공청회에서는 보험료율 인상, 보장성 강화, 기금고갈 공포, 국민불신 해소 등 주요 이슈를 놓고 근로자, 사용자, 가입자 대표 등 각계의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국민연금 개편안의 핵심인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변경과 관련해서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이날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즉각 11%로 올리거나 10년간 단계적으로 13.5%까지 인상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사용자 대표로 나온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보험료율을 가급적 인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재작년 사용자가 부담한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사회보험 부담액은 82조원이었고, 이 중 국민연금 부담액은 40조원인데, 보험료율을 2%포인트만 인상해도 8조원이 더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건강보험료 인상 등으로 많은 부담을 지고 있어 보험료율 인상은 큰 저항을 부를 것"이라며 "장기재정을 고려하면 소득대체율을 40% 이하로 낮추는 것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로자 대표인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5%에서 멈춰야 하고 50%로 인상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보장성을 강화해 국민 신뢰가 높아진다면 보험료 인상 논의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처장도 "급여 수준은 높여야 한다"며 "제도발전위가 이번에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올리는 안을 내놔서 다행이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춰 2028년에 40%로 떨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5%다.
정 사무처장은 최근 재정추계 발표를 앞두고 기금고갈 공포가 또다시 커진 것에 대해 "공적연금 신뢰를 떨어뜨려 사보험 시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느낀다"며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지역가입자 대표로 나온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보험료율 2%포인트 즉각 인상은 어렵다고 본다. 50대는 보험료율을 높일 수 있지만, 취업이 어려운 20∼30대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의료·보육·주거비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보험료 인상을 할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들은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장기 재정목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발전위는 이날 향후 70년간 국민연금 기금 적립배율 1배 유지를 목표로 잡고 재정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원종현 국회 입법조사관은 "재정목표를 정하면 기금운용에서도 목표가 뚜렷해지고 보험료 인상 논의에서도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조사관은 이와 함께 5년마다 한 번씩 이뤄지는 재정계산에서 거시경제 변수가 매번 크게 변한다고 지적하면서 추계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근로자 대표들은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논의 방식과 관련, 사회적 합의를 거친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 사무처장은 "국회에서 논의를 전담하는 것도 정쟁의 대상이 되거나 나눠먹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회적 대화를 빨리 시작하고 국민이 동의하는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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