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일괄구제' 거부에 반격…삼성생명, 김앤장 선임해 맞불
삼성·한화생명[088350] 종합검사 대상 포함 안돼…"윤석헌 원장 발언 와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금융감독원이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과 관련, 분쟁을 신속 처리하는 시스템을 다음 달 개시한다.
소비자 권익에 직결되는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조치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맞대결하게 된 생명보험사들을 겨냥하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즉시연금 추가지급 분쟁조정을 신속하게 신청·처리하는 시스템을 다음 달 1일 홈페이지(www.fss.or.kr) 첫 화면에 마련한다.
이름, 생년월일, 상품명 정도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분쟁조정이 신청된다. 현재는 민원인이 신원뿐 아니라 사연을 구구절절 적어야 하고, 접근성도 떨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입자에게 먼저 연락해 분쟁조정 신청을 유도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신청이 많이 들어오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는 매월 '보험사고(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는 즉시연금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료를 일시납하고 매월 이자를 연금처럼 받는 게 즉시연금이다.
따라서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3년)가 매월 돌아온다. 법원에 소송을 내거나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해야 시효 진행이 즉시 중단되고, 소비자가 받는 불이익이 없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되는 대로 절차를 진행해 생보사에 통보한다. 조정 결과를 통보받은 생보사는 건건이 20일 안에 수용 여부를 정해야 한다. 현재로선 대부분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만큼 생보사는 부담스럽다.
이 같은 조치는 총 16만건 중 5만5천건으로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032830]이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를 거부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일일이 소송으로 가야 하므로 행정 낭비가 많다"며 일괄구제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삼성생명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13일 즉시연금 민원인 1명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낸 삼성생명은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지원 방침을 밝힌 금감원과의 다툼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삼성생명에 이어 지난 9일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를 거부한 한화생명 역시 법정공방에 나선다. 먼저 민원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거나, 피소에 대응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다만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을 상대로 한 검사 등 '보복'으로 비칠 수 있는 조치를 당분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중 부활하는 종합검사 대상에도 삼성·한화생명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즉시연금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자료제출 요구마저 보복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어 무척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윤 원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종합검사와 관련해 "욕을 먹어도 해야"라거나 "(소송과 제재는) 별개"라고 한 발언이 다소 와전됐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금감원은 채무부존재 소송에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삼성생명 등에 제재를 강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소송이든 제재든 본질은 모두 약관 해석"이라며 "판결을 지켜보는 게 먼저일 것 같다"고 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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