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회원권 부산오픈 최종일 코스레코드 세우며 역전승
(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클럽을 거느린 '장타왕' 김태훈(33)이 3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김태훈은 19일 경남 양산의 통도 파인이스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동아회원권 부산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몰아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5년 11월 LIS 투어 챔피언십 제패 이후 무려 1천15일 만에 생애 통산 3승 고지에 오른 김태훈은 긴 침묵을 깨고 부활을 알렸다. 우승 상금은 1억원.
9언더파 63타는 이 대회 1라운드 때 권성열(32)이 세운 코스레코드를 1타 경신한 새로운 기록이다.
지금까지 7언더파 65타만 두 차례 쳐봤다는 김태훈은 개인 18홀 최소타 기록도 다시 썼다.
2013년 장타왕에 오른 김태훈은 큰 키와 준수한 외모, 그리고 호쾌한 장타로 '테리우스'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팬클럽 회원이 600명이 넘고 대회 때마다 응원 오는 팬들과 늘 저녁을 함께 먹을 만큼 팬들과 가깝다.
하지만 2016년부터 슬럼프에 빠져든 김태훈은 3년 동안 네 번 밖에 톱 10에 입상하지 못했다.
작년에는 상금 랭킹 35위(1억1천810만원)로 마쳤고 올해는 톱 10 한번 없이 상금 랭킹 50위(5천833원)로 밀려있었다.
장타는 여전했지만 정교함이 떨어졌고 특히 중요한 순간에 실수가 잦았다. 김태훈은 "평균 330야드는 거뜬하게 날리는 장타는 내게 축복이자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는 첫날 3개의 OB를 내 4오버파 76타를 쳤다. 126위로 밀려 컷 탈락이 걱정되던 김태훈은 3라운드에서도 OB 하나를 곁들였다.
이날은 달랐다.
공동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19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서 부담감이 없던 김태훈은 신들린 샷을 휘둘렀다. 페어웨이를 벗어난 티샷은 두 번뿐이었고 15번이나 버디 찬스를 맞았다.
치면 홀에 붙고 퍼트는 굴리면 들어갔다는 말이 딱 맞았다.
1번 홀(파4)에서 4m 버디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한 김태훈은 이어진 4개 홀에서도 모조리 버디를 잡아냈다. 5번 홀(파4) 8m 버디를 빼고는 다 5m 이내 거리의 버디 퍼트였다.
10번 홀(파4)에서 버디 사냥을 재개한 김태훈은 12번 홀(파5) 1m 버디에 이어 14번 홀(파4) 3m 버디로 마침내 선두로 올라섰고 15번 홀(파4) 4m 버디로 2타차 선두로 달아났다.
작년 12월 결혼한 아내, 캐디를 해준 부친 등과 18번 홀 그린 옆에서 챔피언조 경기가 끝나길 기다리던 김태훈은 1타차 2위로 따라오던 변진재(29)가 18번 홀(파4)에서 파에 그치며 우승이 확정되자 동료 선수들의 물세례를 받고 기뻐했다.
김태훈은 "스윙을 고치고 타이밍을 찾으면서 OB가 눈에 띄게 줄고 비거리도 오히려 더 늘었다"면서 "올해는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번 대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하반기 한두 번 더 우승하고 싶다"는 김태훈은 "아내의 내조 덕이라고 말해야 하겠지만 꼭 그런 것 아니다"라는 농담도 곁들였다.
김태훈은 큰아버지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5번 타자' 출신인 김준환 전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이며 부친은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스포츠 가족의 일원이다. 사촌 누나 김상희(36)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로 뛰었다.
공동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변진재는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였지만, 김태훈의 폭풍 샷을 막기에는 모자랐다.
1타차로 따라붙은 채 맞은 16번 홀(파5)에서 2m 버디 퍼트를 놓친 게 뼈아팠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군에 입대하는 변진재는 첫 우승 기회는 놓쳤지만, 생애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뒀다.
하루 뒤 아빠가 되는 이형준(26)이 3타를 줄여 3위(11언더파 273타)를 차지했다.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67타를 친 박상현(35)은 공동 4위(10언더파 278타)에 올라 상금 랭킹, 대상 포인트, 평균타수 1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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