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달동네' 골목길 넓히고 모노레일·엘리베이터 설치
6년 방치 북한산 '파인트리 콘도' 공사 재개…서울시 부분인수 검토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변화는 큰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곳에서 시작한다고 확신합니다. 삼양동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뀝니다."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살이를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발표회에서 대부분 시간을 서울 전체보다는 삼양동과 강북구 발전 전략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박 시장은 '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말을 강조하며 삼양동의 변화가 서울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중 하나'로 불리는 삼양동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 전신주 땅에 묻어 길 넓히고 모노레일 설치
서울시는 우선 삼양동의 빈집을 매입해 어르신 쉼터를 만들고, 공터를 확보해 텃밭·공동체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박 시장은 쉴 곳이 없어 골목길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쉬던 삼양동 어르신들을 만난 뒤 빈집 매입을 지시했다고 한다.
삼양동 골목길은 차 한 대가 겨우 들어올 만큼 좁고, 젊은 사람이 오르기에도 숨이 찰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기존 담을 허물고 도로를 넓히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골목길의 전신주를 지중화(땅속에 묻는 것)하고 바닥 포장을 새로 한다.
또 어르신 등 보행 약자들이 경사로를 편히 오를 수 있도록 모노레일,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한다. 전기 따릉이(자전거)도 시범 운영한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삼양동 건물 124곳과 주택 175세대에 대해선 연말까지 도시가스를 공급한다.
박 시장은 "삼양동 거주 중 이웃이 고독사하는 슬프고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강화해 고위험 1인 가구를 전수조사하고, 의료진 동행방문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하수도 정비, 청소년 예술 교육센터 조성, 어린이 창의 놀이터 조성, 솔샘시장 활성화, 도서관 신설 계획을 밝혔다.
삼양동 주민들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얼마 전까지 통장을 맡았다는 이동선(75) 씨는 "강북권 빈집을 매입해 청년주택으로 쓰겠다는 정책이 눈에 띈다"며 "집값이 올라 힘든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 모씨는 "어르신 쉼터를 마련한 게 가장 좋다"며 "좀더 오래 거주하며 구석구석 봤으면 좋았을텐데 한 달은 짧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북한산 '파인트리' 2020년 준공목표로 공사 재개
강북구의 골치 아픈 현안인 우이동 '파인트리 스파앤콘도' 공사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연내 재개한다.
파인트리는 숙박시설과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을 갖춘 고급 콘도로 계획됐으나 인허가 과정에서 편법·특혜 의혹이 불거져 2012년 5월 공사가 전면 중단된 뒤 6년째 방치돼 있다.
북한산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파인트리는 시행사 부도 이후 두 차례 공매를 진행했으나 유찰됐고, 새 주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
박 시장은 "파인트리는 애초 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지만 이 단계에서 계속 방치한다는 것은 지역의 큰 손실이므로 어떻게든 정상화해야 한다"며 "북한산을 가리는 일부 층고를 깎고, 일부 공간을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입장에도 사업을 추진할 동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공성과 사업성을) 함께 배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할 경우 서울시가 파인트리를 부분 인수해 시민 휴양지,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공공개발할 예정이다.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재활용 판매장, 어르신들이 모으는 폐지 중간 집하장을 갖춘 '리앤업(Re & Up)사이클 플라자'도 강북권에 만든다.
컨테이너·자재가 적치된 빨래골 입구는 생태공원으로 재정비하고 우이령길 종합정비계획을 세워 북한산 경관과 어울리는 산책로를 조성한다.
박 시장은 강북 우선 투자를 강조하며 "강남에 오랫동안 개발이 집중되며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며 "이제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합리적 차별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북구 주민들은 박 시장에게 삼양동 명예 주민증과 지난 한 달간 활동사진을 모은 앨범, 캘리그라피로 꾸민 고무신과 한지공예 등을 선물했다.
박 시장은 주민들에게 "삼양동살이를 '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여러분 보기에는 어땠냐"고 물으며 "쇼라고 말하는 분들을 한번 한 달 살려보자"고 하기도 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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