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첫 메달 윤지혜 "품새 선수에게도 여러 길 열리길"

입력 2018-08-19 23:44  

[아시안게임] 첫 메달 윤지혜 "품새 선수에게도 여러 길 열리길"




(자카르타=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윤지혜(21·한국체대)의 첫 아시안게임은 준결승에서 끝났다. 하지만 그는 자카르타에서 의미있는 한 걸음을 뗐다.
윤지혜는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권도 품새 여자 개인전 준결승에서 10점 만점에 평균 8.400점을 받아 8.520점을 얻은 개최국 인도네시아의 데피아 로스마니아르에게 패했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이 준결승 시작 약 1시간 전부터 경기장을 방문해 로스마니아르를 격려하고, 3시간 가까이 머물다 직접 여자 개인전 시상까지 할 만큼 인도네시아는 이날 경기에 관심을 드러냈다.
윤지혜로서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비록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윤지혜는 4강 진출로 동메달을 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예비 소집일에 교문 앞에서 받은 태권도장 홍보 전단 한 장이 윤지혜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전단 속 태권도복은 입고 있는 모델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 부모님을 졸라 태권도를 시작했다고 한다.
겨루기가 아닌 품새를 택한 이유는 단 하나. 겨루기하다 상대에게 맞는 게 너무 무서웠단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품새 선수로 뛴 그는 지난해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와 올해 아시아품새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차례로 1위에 올랐다.
개인전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녀 개인·단체전 4개 종목을 치르는 이번 대회에서는 애초 한 나라에서 최대 두 종목까지만 출전이 허용됐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가능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남녀 단체전에 선수를 내보내기로 하고 대표선발전을 마쳤다.
윤지혜도 단체전 대표선발전에 출전했으나 6위로 밀려나 상위 3명에게 돌아간 태극마크를 놓쳤다.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선발전을 치러보니 부족한 게 더 많았다.
낙심한 채 하루하루 아시안게임을 머릿속에서 지워나가던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국가별로 4개 종목 모두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다.
대한민국태권도협회도 부랴부랴 개인전 대표선발전을 준비했다. 윤지혜가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돌아오고 나서 열흘 뒤 선발전이 열렸다.



윤지혜는 다시 도전해 결국 아시안게임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품새가 이번에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됐지만, 미래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위한 노력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기까지 오기도 쉽지 않았다"는 윤지혜는 이번 대회가 품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는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기도 쉽지 않고, 국내 품새 실업 선수는 (이번 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합작한) 곽여원(강화군청) 언니뿐이다"라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품새 선수들에게도 여러 갈래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osu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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