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폼페이오 곧 방북' 확인…"김정은 면담 기대"
대북제재 갈등·시진핑 방북설 등 협상진전에 변수도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북한 방문이 임박했다.
'빈손 방북' 논란을 낳은 지난달 초 그의 3차 방북 이후 교착 상태이던 북미 협상이 4차 방북을 통해 북한 비핵화에 새로운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조만간 방북할 것이라는 관측만 나오던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계획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은 미국의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볼턴 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그의 4번째 방문을 위해 곧 평양에 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제안한 사실을 지난 7일 처음 소개한 것도 볼턴 보좌관이었다는 점에서 4차 방북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은 지난 12일 비밀리에 판문점에서 북측과 실무 접촉을 여는 등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여건 조성에 노력을 쏟았다. 지난달 초 3차 방북 때 '빈손 방북' 비판이 나왔던 만큼 사전조율을 확실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 2차와 달리 3차 방북 때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 시찰을 이유로 그를 외면했고, 북 외무성은 "미국이 강도적인 요구를 한다"고 비판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방송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 가능성에 대해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미가 그동안의 물밑 조율을 통해 비핵화 논의에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먼저 요구하는 미국과 종전선언을 원하는 북한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며 교착 상태였던 점을 감안할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한 북미 간의 '빅딜' 성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바라는 핵 물질·시설 목록 공표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을 동시에 교환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북한의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인 올해 9·9절과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맞물린다는 점도 빅딜 관측을 높이는 요인이다. 내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과 종전선언 시나리오도 심심찮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물론 북미가 단박에 '핵물질 신고-종전선언'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양측이 한 걸음씩 물러서는 절충적 형태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설이 나온 이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폼페이오 장관은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하면서 "진전을 계속 이뤄가고 있고 너무 머지않아 큰 도약(a Big Step)을 만들어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강경화 외교장관과 통화한 후 트위터 계정에 "한미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썼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에 있어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장 오늘 발표할 것은 없지만 아무 진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미가 물밑 협상 와중에도 제재를 놓고 틈새를 벌리는 모습 등은 섣부른 예단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북한의 유엔 안보리 제재위반을 도운 중국과 러시아 등의 해운 관련 기업과 조력자를 제재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최근 두 차례나 거친 표현으로 대북 제재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시찰에서 "강도적 제재 봉쇄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내달 평양 방문 얘기가 나오는 것도 북미협상 진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협상의 교착과 관련, 중국이 북한을 움직여 협상의 진전을 더디게 한다는 중국 개입론 내지 배후론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지면 북미 협상에서 중국을 우군으로 삼아 목소리를 높이려는 북한과 이런 북한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부합하면서 미국의 기대만큼 협상에 속도가 붙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