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대회 추진위 "재가자 종단운영 참여·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추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설정 총무원장 퇴진 등을 둘러싼 조계종 내홍이 극에 달한 가운데 26일 조계사에서 서로 다른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등은 이날 오후 2시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맞서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은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조계사에서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전국승려대회 추진위원회는 20일 오전 조계사 인근 우정공원에서 설명회를 열고 전국승려대회에서 결의할 조계종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종도의 기본적 권리인 전국승려대회를 적극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대중들을 동원해 충돌을 조장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승려대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을 약속드린다"며 "종단 개혁방안을 종도들의 공의를 모아 결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승려대회 추진위원회의 개혁안은 재가자(출가하지 않은 불교 신자) 종단운영 참여 확대, 사찰 재정 투명화·공영화,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먼저 재가자도 참여하는 종단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종단 및 사찰 운영에 재가자가 참여하도록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종단 주요 사안에 종도들이 참여해 결정할 수 있는 투표 제도 등을 도입해 종헌종법을 무력화하는 세력에 대해 직접 탄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재정 공영화를 실시해 승려 교육, 주거, 의료, 다비 등에 드는 모든 비용을 종단이 책임질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총무원장 직선제를 도입하고, 총무원장이 교구본사주지와 중앙종회의원 선거 등 일체 종단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자고 이들은 주장했다.
애초 승려대회는 오는 23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당일 한반도에 태풍이 지나간다는 이유로 일정이 연기됐다.
전국승려대회가 일정을 연기하자 교구본사주지협의회도 26일로 결의대회를 미뤘다.
승려대회는 종헌종법을 넘어서는 초법적인 행사다. 1994년 전국승려대회는 종단 개혁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승려대회의 권위는 얼마나 많은 승려가 참여하느냐와 관계가 있다.
추진위원회 측은 "현재로서는 참석 인원 예측이 어렵다"며 "1994년처럼 많은 승려가 모이면 지위를 인정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중의 요구가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국승려대회는 설정 스님 퇴진과 자승 전 총무원장 적폐 청산 등을 요구하는 종단 내 개혁파와 재야불교단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중앙종회 등 조계종 주요 구성원들은 승려대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종회는 지난 16일 채택한 결의문에서 "승려대회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종도로서의 도리와 종헌질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파렴치와 후안무치로 무장한 투사놀음의 가면일 뿐"이라며 승려대회에 반대하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구본사주지협의회도 "구성원 전체가 동의하지 않는 승려대회는 종헌질서를 무너뜨리고 종단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