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태권도 품새가 대륙별 국제종합스포츠대회에서는 가장 먼저 아시안게임 무대에 올려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사상 처음 품새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지난 19일 하루 동안 4개의 금메달을 놓고 각국 선수들이 기량을 겨뤘다.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했고 개최국 인도네시아가 여자 개인전, 태권도 신흥 강국 태국이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챙겼다.
우리나라는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 여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보태 전 종목에서 메달을 땄다.
품새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것은 태권도계의 쾌거다.
오랫동안 태권도계는 겨루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태권도가 지닌 다양한 가치를 확대·발전시키며 저변도 확대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품새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같은 무예 스포츠인 일본 가라테와 중국 우슈는 태권도의 겨루기와 품새에 해당하는 세부종목이 아시안게임 종목에 모두 포함돼 있었던 터라 태권도도 경기로서 품새의 성장이 시급했다.
이에 아시아태권도연맹(ATU)은 세계태권도연맹(WT), 국기원, 대한민국태권도협회 등과 함께 올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을 위한 경기용 품새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정부 지원까지 받아 새 품새 개발과 경기규칙 및 제도 마련을 위한 작업을 했다.
이번 대회 품새 종목은 가로, 세로 각각 12m의 경기장에서 공인 품새(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 새 품새(비각, 나르샤, 힘차리, 새별), 자유 품새로 경연했다.
패하면 바로 탈락하는 싱글 엘리미네이션 방식의 토너먼트로 초대 챔피언을 가렸고, 7심제를 바탕으로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심판 5명의 평균 점수로 성적을 냈다.
개인전의 경우 8강전까지는 공인 품새 증 2개를 추첨해 기량을 겨뤘고, 준결승·결승전은 공인 품새와 새 품새에서 하나씩 추첨해 대결했다.
단체전은 8강까지는 공인 품새와 새 품새에서 하나씩 추첨하고, 준결승부터는 새 품새 하나와 자유 품새로 승자와 패자를 갈랐다.
품새의 아시안게임 데뷔전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세계태권도의 평준화로 공인 품새의 경우 여전히 변별력을 찾기 어려웠지만 새 품새와 자유 품새가 이를 보완하며 스포츠로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회 전 곽택용 품새 대표팀 코치는 "태권도의 화려한 겨루기 기술과 시범, 격파 기술이 다 녹아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파워풀한 경기에 태권도를 잘 모르는 이들도 좋아할 것이다"라고 품새의 매력을 전했다. 이날 관중의 반응은 곽 코치의 예상과 어긋나지 않았다.
팀별로 준비한 음악을 바탕으로 세 명의 선수가 마치 K-팝 스타의 '군무' 같은 동작들을 선보일 때는 응원하는 팀을 떠나 박수와 한호가 쏟아졌다.
경기 후 만난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성공적이었다"면서 "세계연맹이 태권도를 더 알리고 보급하고자 2006년 세계품새선수권대회를 처음 개최한 이후 12년 만에 결실을 봤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조 총재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을 직접 방문해 3시간 가까이 머물다가 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태권도가 이렇게 흥미로운 스포츠인지 몰랐다'면서 '앞으로 더 관심을 두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 세예드 모하마드 풀라드가르 이란태권도협회장은 불편한 시선으로 이번 대회 품새를 바라봤다.
자신도 "품새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사람 중 하나"라는 그는 무엇보다 태권도의 근간을 해칠까 우려했다.
풀라드가르 회장은 "태권도가 무도임에도 새 품새가 시작되면서 선수들이 이제 체조나 아크로바틱한 기술을 배워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라면서 "스포츠로서 중요성도 있지만 모든 경기가 근간을 지켜나갈 때 태권도만의 색깔을 갖고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품새가 겨루기의 초반 실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면서 아시안게임인데도 랭킹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점, 컷오프 방식이 아니라 지면 바로 탈락하는 일대일 토너먼트 방식이어서 강팀이 강팀을 만나 초반에 탈락할 수 있는 점 등을 보완사항으로 꼽았다.
또한, 품새가 채택되면서 겨루기는 6체급이나 줄어 태권도에 걸린 전체 금메달이 4년 전 16개보다 적은 14개가 된 점을 들어 "태권도가 금메달 2개를 손해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총재는 "무도 태권도의 가치는 도장에서 추구하고 표출해야 한다"면서 "스포츠는 관중이나 시청자에게 외면받으면 존속할 수 없다. 무도 태권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스포츠 태권도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는 계속 변해야 한다. 태권도에는 이번이 좋은 기회다"라면서 "품새위원회를 중심으로 앞으로 더 다듬어 나가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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