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여자 배드민턴을 울린 인도네시아의 열혈 응원

입력 2018-08-20 16:31  

[아시안게임] 여자 배드민턴을 울린 인도네시아의 열혈 응원



(자카르타=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인도네시아 선수들,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강경진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이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2라운드(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1-3으로 패한 뒤 이렇게 탄식했다.
과감한 세대교체를 추진 중이어서 이번 대회 성적이 주춤할 수 있다는 것은 예상했지만, 8강 탈락은 충격적인 결과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인도네시아를 얕본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배드민턴 강국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인도네시아는 본래 기량 이상의 실력을 발휘했다.
'응원의 힘'이라 볼 수 있다.
배드민턴은 인도네시아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점화자가 논란의 여지 없이 '피겨여왕' 김연아였던 것처럼, 이번 아시안게임 성화 점화자는 인도네시아의 배드민턴 영웅 수시 수산티였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들도 한국에서보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인이나 사진 요청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날 첫 경기는 여자단식 세계랭킹 9위 성지현과 세계랭킹 22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의 맞대결로 열렸다.
객관적 전력상 성지현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그러나 툰중이 200%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성지현은 1-2(13-21 21-8 18-21)로 패했다.
관중석 한쪽 측면을 점령한 인도네시아 팬들은 툰중의 공격 리듬에 맞춰 응원을 보냈다.

평일 오전이어서 '만원 관중'은 아니었지만, 인도네시아 팬들은 막대 풍선과 큰 함성으로 한국에 충분히 위협을 가했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배드민턴이라는 종목과 경기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툰중이 스매시를 하면 '야!'라고 기합을 넣고, 성지현이 공격할 때는 '우!'라고 야유를 보냈다.
또 툰중이 득점하거나 성지현이 실수할 때 열렬히 환호했다.
한국 대표팀 코치가 선수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하려고 할 때는 일부러 크게 소리치거나 손뼉을 치며 방해 공작을 벌였다.
이런 상황은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과 김혜린-백하나, 여자단식 이세연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 감독은 "오늘 경기의 핵심은 성지현이 첫 경기를 잡아 좋은 흐름을 만드는 것이었느데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홈 응원에 힘입어 실력 이상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개인전이 남았다. 한국 선수들이 이 경험으로 독을 품게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국을 꺾고 4강에 진출, 동메달을 확보한 인도네시아 관중 분위기는 '열광의 도가니'다.
한국 기자들이 인도네시아 통역 자원봉사자를 통해 툰중에게 '이번 대회 목표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자원봉사자는 툰중에게 통역해주기 전에 "당연히 우승이다. 우리가 우승해야 한다"며 자신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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