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래 최저 수확량 작년 수준 밑돌 것으로 전망
농민들 "수확철 출하 몰리면 쌀값 하락 반전" 걱정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충북 진천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 A씨는 최근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폭염과 가뭄으로 바짝 마른 논을 바라보면 애가 탄다.
벼의 생육 상태를 보면 최근 10년간 쌀 수확량이 가장 적었던 지난해 수준의 작황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농정당국은 올해 국내 쌀 생산량이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400만t을 밑돈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0a당 쌀 생산량은 513㎏으로 2016년(531㎏)과 비교해 3.4%가 감소했다.
쌀 재배면적까지 줄어들면서 지난해 전체 생산량이 397만여t에 그쳤다.
올해 역시 재배면적이 감소한 데다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전체 수확량이 작년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충북도가 최근 조사한 벼 생육 상황을 보면 포기당 수수(이삭 수)가 18.9개로 지난해(20개)보다 줄었고, 주당 입수(알수)는 91.2개로 지난해(90.1개)보다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는 올해 10a당 생산량을 작년과 비슷한 516㎏ 수준으로 예상했다.
A씨는 "이삭이 패는 요즘 물이 많이 필요하지만, 폭염과 가뭄으로 논이 바짝 마르면서 벼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풍년을 기대하기 힘들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벼가 본격적으로 익는 다음 달 중순까지 등숙기에 태풍 등이 덮치면 작년 수준의 수확도 어렵다"고 걱정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올해 벼 수확량 감소로 그렇지 않아도 급등한 쌀값이 더 뛸 수 있음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산지 쌀값은 17만7천740원에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13만224원)과 비교하면 36.2%가 올랐고, 2004년 이후 14년 만에 17만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뭄과 폭염, 재배면적 감소로 쌀 생산량이 줄어 수확철 이후에도 이런 쌀값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19만4천원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9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쌀 목표가격을 끌어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농민들은 쌀값 오름세가 수확기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수확기를 맞아 출하가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쌀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에 쌀값까지 떨어지면 농민들로서는 헛고생만한 셈이 된다.
해마다 벼 수확철인 10∼12월에는 쌀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6년 3월 14만4천652원(80㎏)이었던 산지 쌀값이 그해 10∼12월에는 12만9천807원으로 떨어졌다.
최근 10년간 수확기 이후 쌀값이 하락하지 않은 것은 쌀값 고공행진이 시작된 작년이 유일하다.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쌀 수급 조절을 위해 보관중인 공공 비축비를 시장에 더 풀고, 수확철에 쌀이 쏟아져 나오면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농민들은 "작년부터 쌀값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수확기에도 이런 상황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쌀값이 떨어지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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