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 순이익 3조원…삼성전자 지분매각 '일회성 요인' 영향
IFRS17 앞두고 저축보험 판매 반토막…변액보험은 7년만에 1조 돌파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에 3조원 넘는 순이익을 냈다. 보험영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삼성생명[032830]이 삼성전자[005930] 지분을 매각한 결과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4개 국내 생보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3조1천4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천987억원(6.7%) 늘었다.
투자영업이익이 12조9천921억원으로 1조3천584억원(11.7%) 증가한 게 영향을 줬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처분 이익(1조958억원)으로 발생한 일회성 요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31일 삼성화재[000810]와 함께 삼성전자 주식 2천700만주(0.45%)를 매각했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방침에 따른 것이지만, 정부·여당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자산운용 측면이 아닌 보험영업, 즉 보험상품을 팔아 보험료가 들어오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서 나는 수익은 오히려 손실이 커졌다.
보험영업손실은 11조3천5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 규모가 1조3천123억원(13.1%) 확대됐다. 경기 침체와 규제 강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보험 해약 증가로 인한 지급보험금이 3조3천억원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약 원인을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가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생보사 수입보험료의 양대 축인 저축성보험 수입이 대폭 줄고, 보장성보험 수입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자본규제가 강화 때문이다.
IFRS17은 보험사 경영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오는 2021년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의 보험금이 부채로 잡힌다. 그만큼 보험사가 쌓아야 할 자본금 규모가 커져 저축성보험 판매 유인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저축성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2조1천2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조1천750억원(50.8%) 줄어 반 토막이 났다. 상반기 수입보험료도 16조9천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2천853억원(20.1%) 감소했다.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20조6천49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천824억원(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의 비중은 올해 들어 역전됐다.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 대신 변액보험 영업에 주력했다. 주가 상승에 힘입어 상반기 신계약 보험료는 1조1천773억원으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저축성·보장성·변액보험에 퇴직연금·보험을 더한 총 수입보험료는 52조7천8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2천126억원(5.7%) 감소했다.
생보사들의 총자산이익률(ROA)이 0.75%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86%로 0.30%포인트 올랐다.
순이익은 3개 대형사가 2조147억원으로 2천776억원(16.0%) 증가했다. 6개 중소형사와 7개 은행계 생보사도 각각 29.2%와 14.2%씩 순이익이 늘었다. 8개 외국계 생보사는 24.2% 감소했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빅3'의 시장점유율은 64.0%다. 외국계 18.3%, 중소형사 11.4%, 은행계 6.3% 순이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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