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활약하는 듀오 문경원·전준호 '뉴스프롬노웨어'展, 11월 개막
이정재·임수정 출연한 '세상의 저편'도 최근 테이트 소장돼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영국 중부의 항구도시 리버풀을 말할 때 비틀스, 축구뿐 아니라 현대미술관 테이트리버풀을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테이트모던 등과 함께 테이트미술관을 구성하는 이곳에는 매년 54만 명이 다녀간다. 미술품 7만여 점뿐 아니라 다채로운 기획전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올해 미술관 설립 30주년, 리버풀의 유럽 문화수도 선정 10주년을 맞아 마련된 기획전에는 한국 작가 듀오 문경원·전준호 개인전도 포함됐다.
두 사람은 2009년부터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에 답하는 작업을 건축가, 배우, 영화감독 등과 함께 진행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2012), 한국 작가로서는 20년 만인 카셀 도큐멘타 참여(2012),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대표작가(2015) 등 굵직굵직한 이력이 이들이 달려온 길을 말해준다.
카셀 도큐멘타에서 처음 선보인 프로젝트 '뉴스 프럼 노 웨어'는 영국 작가 윌리엄 모리스(1834∼1896) 소설에서 따왔다. 21세기 런던 유토피아를 상상하면서 당대의 계급문화와 기계문명을 비판한 소설처럼, 100년 이후 사회를 그려보며 여러 물음을 던진다.
11월 23일부터 내년 3월 17일까지 테이트리버풀에서 열리는 동명의 전시는 "유랑극단처럼 떠돈" 10년의 여정을 압축해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 준비에 한창인 이들을 20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만났다.
"둘이 2007년 처음 만났는데, 공교롭게도 여러 국제전시를 같이했어요. 그 과정에서 현대미술 미명 아래 상투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에 회의를 느꼈고, 우리가 하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는 프로젝트를 하기로 마음 먹었죠."(전준호)
여러 도시를 무대로 진행돼 온 이들의 작업은 20세기 초 활동한 화가 페르낭 레제와 연결되는 현대 미술가를 찾던 테이트리버풀 기획자의 눈에 포착됐다.
이정재와 임수정이 참여한 공상과학 영상 '엘 핀 델 문도'(세상의 저편·2012)를 중심으로 이들과 테이트미술관, 페르낭 레제가 연결된 이야기가 흥미롭다.
"알고 보니 레제가 남긴 그림책 제목도 '엘 핀 델 문도'더라고요. 레제가 꿈꾼 유토피아 시대에 사는 작가들이 레제와 같은 생각 아래 작업하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면서 테이트 측이 이메일을 보내왔어요."(문경원)
'엘 핀 델 문도'는 올해 테이트미술관에 소장됐고, 이번 전시에도 나온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때 영국 산업혁명을 떠받쳤지만, 이제는 쇠락한 리버풀 곳곳을 담아낸 신작 '이례적 산책'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들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이미지를 쇼핑 카트가 움직이며 관찰하는 시점으로 촬영한 뒤, 영상을 폐철재에 걸었다.
전준호 작가는 "옛 모습을 잊어버린 리버풀에서 부유물처럼 버려진 것들을 다시 주워와서 비석처럼 만들고 거기에 영상을 설치했다"라고 설명했다.
10년을 달려온 이들은 예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정답을 찾았을까.
"아직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10년간 진행하면서 깨달은 바는, 우리가 만난 수많은 이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일이 '경계 무너뜨리기'더라고요. 우리가 하는 일이 있다면 경계 지우기라고 생각해요." (전준호)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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