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200여명 서러운 귀국길…베네수엘라로 돌아가도 살 길 막막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북부 국경도시에서 발생한 지역 주민과 충돌로 귀국길에 오른 베네수엘라인들이 난민의 서러움을 토로했다.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 주 파카라이마 시에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지역 주민과 베네수엘라 난민 간에 충돌이 일어났으며, 텐트 등 임시 거주시설에서 쫓겨난 난민 1천200여 명이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쫓겨난 난민들은 베네수엘라로 돌아가더라도 생계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7살·5살·생후 10개월 등 세 딸을 데리고 파카라이마 시를 벗어난 베네수엘라인 이네스 만솔(26)은 20일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에 "주민들에게 쫓겨 길을 나섰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베네수엘라로 돌아가더라도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파카라이마 시내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만솔의 가족은 지역 주민들이 몰려와 돌과 나뭇가지 등을 던지며 공격하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만솔은 "주민들은 어린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폭행하고 돌과 타일 조각을 던졌다"면서 "그들은 우리의 음식을 빼앗고 우리를 개처럼 쫓아냈다"고 말했다.
만솔은 식료품·의약품 부족과 엄청난 물가상승을 피해 베네수엘라를 떠난 100만 명 가운데 한 명이다.
100만 명 가운데 브라질 국경을 넘은 베네수엘라인은 13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브라질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 있다.
브라질에 남은 베네수엘라인 대부분은 호라이마 주의 주도(州都)인 보아 비스타 시와 파카라이마 시 등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1만2천여 명의 소도시 파카라이마에서는 베네수엘라인들이 밀려들면서 큰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시 당국은 보건과 교육 등 기초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잠시나마 국경이 폐쇄되기도 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파카라이마 시 등에 체류하는 자국민 안전대책을 브라질 정부에 촉구했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잇달아 긴급 각료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파카라이마 시에 군인 120명과 자원봉사자 30여 명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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