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퀴어문학 전문 출판사 큐큐가 퀴어단편선 시리즈 첫 책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를 출간했다.
'퀴어'(queer)란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모두 아우르는 말로 사용된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이번 소설집에는 이종산·김금희·박상영·임솔아·강화길·김봉곤 등 최근 주목받는 젊은 작가 6인이 참여했다. 널리 알려진 고전을 이 시대 퀴어 이야기로 변주한다는 테마로 각자 개성 넘치는 단편소설을 써냈다.
이종산은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의 주요 상징을 가져와 첫사랑 이야기 '볕과 그림자'를 썼다. 김금희는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에서 '애러비'와 '죽은 사람들'을 가져와 '레이디'로 지어냈다. 박상영은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현대화한 '강원도 형'을 통해 아름다움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임솔아는 허먼 멜빌의 '선원, 빌리 버드'를 변주한 '뻔한 세상의 아주 평범한 말투'를, 강화길은 조지프 세리든 르 파누의 '카밀라'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동명 소설을, 김봉곤은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작가 고유의 리듬으로 그린 '유월 열차'를 선보인다.
"그때의 내 욕망은 단 하나였다./대단해지고 싶어,/누구도 나를 무시할 수 없게./특별해지고 싶어,/모두가 날 알아보게./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어,/모두가 내게 쩔쩔매게./나는 그림자만도 못한 존재.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도 없이 그저 발치에 조용히 고여 있기나 하는 게 나란 사람인 것이다." (86쪽, 박상영 '강원도 형' 중)
이번 소설집 출간을 위해 인터넷 텀블벅에서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은 목표액 1천만원을 훌쩍 넘겨 달성했다.
표지는 눈으로 책을 읽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점자로 서명, 작품명, 작가명을 표기했다.
출판사는 국내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 매년 한 권씩 '큐큐퀴어단편선'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다.
200쪽. 1만2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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