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환경 조성엔 주력…그러나 외부에 기대 안 한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현장 시찰을 통해 자력에 의한 경제건설 촉진과 내부 기강확립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9절)인 내달 남북 및 북중 정상회담 등 중요한 대외 일정들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2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평안북도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돌아보고 "동면동물들도 한 해에 한 번 겨울잠을 자는데"라며 보건부문의 나태한 업무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낙후한 경제현장에 대한 책임을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과학교육부에 돌렸다.
당 조직지도부는 핵심 간부에 대한 인사권과 간부·주민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노동당 중심 권력구도의 중추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17일 함경북도 어랑천수력발전소 시찰 때도 내각 책임간부는 물론 당 조직지도부와 경제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시찰을 수행하는 인사들이 황병서 당 제1부부장, 조용원·오일정·김용수 등 당내 주요 핵심들이라는 점을 볼 때 김 위원장은 이들 면전에서 강하게 추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지 지방 간부들뿐 아니라 중앙의 핵심 부서들을 직접 공개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주민들과 사회 전반에 대한 기강을 세우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같은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현장 시찰과 핵심 권력기관에 대한 공개적 추궁은 북미정상회담과 3차북중정상회담 이후 지난달 초부터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분석해보면 우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섣불리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자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읽힌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경제현장 시찰 중에 "지금 적대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책동"을 계속 언급하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주민들에게 "남에 대한 사소한 환상과 의존심은 자멸을 초래"하고 "누구도 우리가 잘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적(敵)에 대한 '계급적 자존심'을 유지하라고 촉구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정권 수립 이래 처음으로 미국과 첫 정상회담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2차례 정상회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3차례 정상회담을 하는 등 북한에 유리한 외교적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북한 권력층과 주민들 사이에는 외부의 지원과 투자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경제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있고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는 갈수록 고삐를 조이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신뢰할 수 없는 미국'을 믿고 핵프로그램을 먼저 통째로 내어줄 수도 없어 버티면서 조심스럽게 협상에 임하는 상황이다.
또 판문점선언에도 남한 정부 역시 안보리 대북제재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남쪽에 큰 기대를 갖기도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도 일부 지원과 협력을 하지만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김정은 정권의 경제목표 실현에는 역부족이다.
당장 내달 정권 수립 70주년을 앞두고 시 주석이 집권이래 처음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고 3차 남북정상회담도 다음 달 열린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해 올 하반기에는 또 한 번 한반도 정세변화에 변곡점을 맞을 수 있지만, 이미 상반기를 경험한 북한으로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을 위한 대외적 환경을 조성해 가겠지만, 그에 전적으로 의존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결국 내부 기강확립과 '자력자강'을 외치며 자체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 외에는 마땅한 출로가 없는 게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돌면서 조직지도부까지 강하게 질책을 하지만, 간부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북한 사회 전반에 경제난에 대한 패배주의가 만연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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