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편안한 분위기서 단체상봉 진행…"사랑해요" 꼭 끌어안기도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백나리 기자 = "우리 여동생 예쁘지 않냐."
21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상봉행사 둘째 날 단체상봉에서 김병오(88) 할아버지는 여동생의 순옥(81) 씨의 손을 꼭 잡고 자랑을 했다.
여동생도 여든을 넘어 할머니가 됐어도 김 할아버지의 눈에는 예쁜 여동생이기만 했다. 김 할아버지는 과자를 까서 여동생에게 먹여주기도 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단체상봉에서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전날 첫 상봉에서 재회의 감격에 눈물바다가 됐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첫 상봉 때 무척 긴장한 표정으로 말없이 상봉 시작을 기다렸던 북측 가족들도 훨씬 부드러운 표정으로 편히 앉는 모습이었다.
김혜자(75) 씨는 북측 남동생 은하 씨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꼭 끌어안았다.
"아기 때 헤어져서 73년 만에 만난 건데 안 보내고 같이 있고 싶다"는 김 씨의 말에서는 그간의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북측 언니와 여동생을 만난 배순희(82) 씨는 "70여 년 만에 만났으니 못다 한 얘기를 더 나누고 싶다"며 "어제, 오늘 한 얘기도 또 하고 싶다"고 했다.
유관식(89) 할아버지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 때 가족끼리 촬영한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한복을 입은 북측 가족이 춤을 추며 유 할아버지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영상이었다.
남북의 가족은 다 같이 단체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별상봉에서 가족만 알 수 있는 추억을 더 확인하고는 한결 기분이 좋은 모습이었다.
김종삼(79) 씨는 "인민군에 간 형님의 생년월일 등을 (북측 가족이) 기억하는 게 딱 맞더라니까"라며 신기해했다.
김 씨의 북측 조카 학수(56)씨는 "아버지 뒤통수에 혹이 있었는데 그걸 알고 계시더라"라고 화답했다.
이틀째 봐도 감격은 여전한 듯했다. 전날 첫 상봉에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던 이금섬(92) 할머니는 아들 리상철(71) 씨와 또다시 부둥켜안기도 했다.
단체상봉은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후 남측가족끼리 저녁을 먹고 이날 일정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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