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안먹히자 '보유세 충격'으로 투자심리 잠재울 목적
강남권·용산·여의도 등 아파트,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 크게 오를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올해 집값 급등 지역의 공시가격에 대한 큰 폭의 인상 계획을 밝힌 것은 최근 서울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상반기에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유형별·지역별 현실화율이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을 권고함에 따라 국토부가 현실화 추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 장관이 이날 '공시가격 인상' 방침을 재차 거론한 것은 8·2 부동산 대책 시행에도 지난 6월 말 보유세 개편안 공개 이후 "보유세 부담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여론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 증세 대상이 시세 25억∼30억원 정도의 고가주택과 3주택 이상 다주택자로 좁혀지자, 그보다 싼 주택과 3주택 미만 보유자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주택 구매에 나섰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회수하면서 호가가 급등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과 최근 강북 지역 균형개발 계획까지 공개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정부의 중개업소 등 현장 단속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는 이처럼 보유세 개편안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자 결국 공시가격 인상 계획을 통해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투기지역 확대 등 추가 대책이 나오기 전에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확대 움직임으로 투자심리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 서울 강남, 단독주택 공시가격 크게 오르고 인상 속도 빨라질 듯
국토부는 그동안 공시가격 인상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해서도 '목표는 설정할 수 없다'며 공론화되는 것을 꺼렸고 '균형 맞추기'라는 완곡한 표현을 써왔다.
주택 공시가격 인상은 고가주택뿐만 아니라 서민주택까지 모두 포함돼 자칫 조세저항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토지 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는 물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건강보험료 산정과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자 결정 등 60여 종의 행정 목적의 기준이 된다.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이 생계 급여 수급 대상에서 탈락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현미 장관이 이날 '집값 급등 지역'의 공시가격이라고 특정화함에 따라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은 그만큼 적극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급등한 경우 집값이 오른 만큼 공시가격에 전부 다 반영하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30∼40%가 올랐더라도 공시가격은 이보다 낮게 반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공시가격부터 이런 예외 없이 집값이 오른 만큼 공시가격에 모두 반영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오른 곳은 그만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떨어질 때도 하락폭이 커질 수 있어 일정 부분 완충(버퍼) 금액을 감안해 공시가격을 책정해왔다"며 "내년 공시가격에는 이런 문제가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용산·여의도·마포·양천·성동구 등 강북과 비강남권 지역도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79㎡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9억1천200만원인데 현재 매매가격은 16억7천만원을 넘어섰다.
시세반영율이 낮은 단독주택의 경우 내년도 공시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주택 공시가격을 아파트의 경우 시세의 65∼70%선, 단독주택은 50∼55%선에 맞춰왔는데 단독주택의 경우 아파트와 형평성을 맞춘다면 내년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한남동, 이태원동, 평창동, 성북동 등지에 몰려 있는 초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크게 뛸 전망이다.
한 감정평가사는 "단독주택의 경우 내년 공시가격 인상률이 집값 상승률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의 아파트들도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를 전망이다. 아파트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80% 이상, 최대 9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 공시가격 단기 급등 시 보유세 세 부담 상한까지 올라
공시가격 인상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보다 파급력이 크다. 보유세 부담이 훨씬 많이 오른다는 뜻이다.
원종훈 세무사의 도움으로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단독주택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9억5천600만원으로, 이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50%였다고 가정하고 내년에 현실화율을 70%로 상향 조정하게 되면 공시가격이 13억3천840만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이 경우 다른 주택 없이 대치동 주택 한 채만 보유하고 있어도 보유세가 올해 291만원에서 내년에는 437만원으로 세 부담 상한인 150%(종부세 포함)까지 오르게 된다.
정부는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미 세 부담 상한선까지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현재 공시가격이 19억7천600만원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07.47㎡도 공시가격을 24억3천200만원으로 23%만 올려도 보유세 부담이 1천만원에서 1천400만원대로 40% 가까이 증가한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면 상당수 강남권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이 상한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집값 상승으로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20∼30%가량 급등한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양천·광진구 등지의 주요 아파트들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로 종부세 없이 재산세만 부과되는 경우에도 세 부담 상한인 최대 130%까지 재산세가 인상됐다.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의 파급력이 큰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공시가격이 시세만큼 현실화되면 보유세가 급등하게 된다"며 "소득이 없는 노년층과 1주택자들을 배려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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