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공단 화재 9명 사망…유독가스 번져 대피못해 희생 커(종합2보)

입력 2018-08-21 22:03   수정 2018-08-21 22:30

남동공단 화재 9명 사망…유독가스 번져 대피못해 희생 커(종합2보)
'최초 발화' 공장 4층서 사망자 7명 발견…여성 근로자 모두 6명 숨져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윤태현 최은지 기자 = 인천 남동공단 내 한 전자제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가운데 7명은 화재 직후 급속히 퍼진 유독가스 탓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공장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3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 내 전자제품 제조회사인 세일전자 공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A(53·여)씨 등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B(24·여)씨 등 6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상자 중 여성 근로자 4명은 출동한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불길을 피해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렸다가 크게 다쳤다. 이들 가운데 50대 여성 2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나머지 사망자 7명은 화재 발생 후 공장 건물 내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수색 중인 소방대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7명은 20∼40대 근로자로 여성이 4명, 남성이 3명이었다. 모두 공장 4층에서 발견됐다.
화재 발생 당시 공장 내부에는 전체 직원 130명 중 주간 근무자 75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4층에서는 근로자 23명이 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층 내부는 사무실, 인쇄회로기판(PCB) 검사실, 전산실 등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었다.
4층 사망자 7명 가운데 5명은 전산실에서, 2명은 식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공장 40대 여성 근로자는 "시꺼먼 연기가 3층에도 자욱하게 퍼졌는데 계단으로 다들 대피하라고 소리쳐서 그나마 2층과 3층에 있던 직원들은 겨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선발대가 신고를 받고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사이 화재가 급속도로 퍼져 공장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근로자들이 있었다"며 "119 구조대가 불을 진화한 뒤 수색하던 중 추가 사망자 7명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 발생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불길이 계속 번지자 오후 4시 1분께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큰 불길이 잡히면서 오후 4시 28분께 다시 1단계로 낮추고 막바지 진화 작업을 벌였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며 대응 2단계는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소방당국은 대원 220여명과 함께 펌프차와 구급차 등 차량 60여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여 2시간 8분 만에 불길을 모두 잡았다.
세일전자는 1989년 설립된 회사로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로 근로자는 350명, 작년 매출액은 1천64억원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이 회사를 직접 방문해 우수중소기업으로 꼽으며 격려하기도 했다.
세일전자는 그러나 금융권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아 중국에 공장을 짓는 등 무리한 투자와 국내 스마트폰 매출 부진 등의 여파로 부도가 나 2016년 5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날 불이 난 공장은 부지 면적 6천111㎡ 규모로 옥내 저장소 4곳에는 위험 물질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불은 휴대전화 부품 등을 세척할 때 사용하는 인화 물질과 제품 포장용 박스가 쌓여있던 탓에 급속히 확산했고, 유독가스도 대거 발생해 인명피해 규모가 컸다.
세일전자 관계자는 "공장 내부에 스프링클러와 소화전은 설치돼 있었다"며 "경비실에서 비상벨을 울렸고, (화재가 발생한) 4층에서도 (비상벨이) 울렸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는지와 관련해서는 현장 근로자들의 진술이 엇갈렸다.
한 근로자는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또 다른 근로자는 "식당 천장 쪽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공장 4층 내 패널 구조로 된 검사실과 식당 사이 복도 천장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현만 인천 공단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화재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화재 초기 공장 4층 (검사실과 식당 사이) 천장에서 시뻘건 불덩어리가 떨어졌다는 최초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1985년∼1997년 조성된 인천 남동공단에는 현재 7천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곳은 국내 다른 산업단지와 마찬가지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공장과 가연성 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적지 않아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에도 남동공단 내 한 화장품 제조업체에서 큰 불이 나 3명이 다치고 5억여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가 발생했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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