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역사적인 라오스 국제대회 첫 경기 선발 등판
(자카르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18살 소년 홉콥 피탁이 라오스 야구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누구도 잊지 못할 기록이다.
피탁은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국과의 자격예선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섰다. 타자로도 나섰고, 팀의 상징인 4번을 맡았다.
'라오스 야구의 아버지' 이만수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은 "이 친구가 우리 팀 에이스입니다"라며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충분히 프로로 키울만한 선수"라고 소개했다.
라오스 야구는 21일 첫 국제대회를 치렀다.
피탁은 라오스인 중 가장 먼저 국제대회에서 공을 던진 투수로 남는다.
첫 패전의 멍에도 그의 몫이다. 피탁은 2이닝 동안 5안타 6사사구를 내주고 7실점(6자책)했고 팀은 0-15, 6회 콜드게임으로 패했다.
피탁은 1회말 첫 타자 핑섭 스윕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후속타자 무앙카셈 나루에폴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후속타자 조셉 매튜를 1루 땅볼로 처리해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수안통 차야파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라오스의 첫 탈삼진도 기록했다.
피탁은 이렇게 라오스 야구사에 영원히 남을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갔다.
경기 전 만난 피탁은 "라오스의 첫 국제 경기를 앞두고 정말 설?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피탁은 2015년 2월 야구에 입문했다. 이만수 부회장이 한국프로야구(KBO리그) SK 사령탑에서 물러나 라오스 야구 전파에 힘쓰던 '초기'다.
피탁은 "라오스에서 야구는 정말 생소한 종목이다. 그 시작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재밌다"며 "이만수 부회장님과 권영진 감독님 등 한국 지도자들에게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야구를 조금씩 이해하니, 야구가 더 재밌어졌다"고 했다.
라오스도, 피탁도 아직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야구를 매개로 꿈도 자란다.
피탁은 "야구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한다. 평생 야구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이만수 부회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기억은 피탁에게 중요한 삶의 전환점이었다. 피탁은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은 유니폼이 찢어질 정도로 열심히 뛰더라. 나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낙천적인 라오스 사람들에게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경쟁심'이었다.
아시안게임 출전은 더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피탁은 "라오스 국민께 우리 야구 대표팀이 이기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이번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꼭 이길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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