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잃은 공무원들 비통한 표정으로 현장 정리…봉화군청에 합동분향소
(봉화=연합뉴스) 김효중 최수호 기자 = 21일 엽총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은 인구가 2천여 명 밖에 안되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인구는 적고 면적은 넓어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의 주민이 17개 마을로 나뉘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이날 엽총 사건이 난 임기 2리와 면사무소가 있는 현동리도 그중 한 마을이다. 사건 현장 두 곳은 차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서 70대 노인이 마구잡이로 쏜 총에 맞아 공무원 등 3명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평온한 마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찾은 소천면 임기2리. 마을은 거의 텅 비어있다시피 했다. 어렵사리 만난 한 주민은 "다른 마을에 갔다가 우리 마을에 흉흉한 사건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웬 날벼락이냐"고 말했다.
엽총 난사 피의자 김모(77)씨는 이 마을에서도 수백m 떨어진 외진 곳에 살고 있다. 2014년 귀농해 소규모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김씨 집에서 산 쪽으로 10여m 올라가면 민간인 피해자 임모(48)씨가 지내는 사찰이 있다. 김씨와 임씨 집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범인 김씨와 임씨는 평소 수도사용 등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피해자 임씨는 오전 9시 15분께 임기역 부근에서 김씨가 쏜 엽총에 어깨를 맞고 119에 직접 신고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피해자는 '공기총을 맞은 것 같다. 의식이 흐려지고 있다'고 신고했다"며 "곧바로 구급차를 보내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김씨가 상수도 관련 민원처리 등에 불만을 품고 2차 범행을 벌인 소천면사무소도 종일 어수선했다. 이곳에서 만난 직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1차 범행 15분 뒤인 오전 9시 31분께 이곳에 들이닥쳐 엽총 3∼4발을 쐈다.
김씨가 쏜 총에 맞은 민원행정 6급인 손모(47)씨와 8급 이모(38)씨 2명은 가슴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오전 내내 면사무소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접근을 통제하다가 오후 3시 30분께 제거했다.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직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바닥에 고인 혈흔 등을 청소하고 있었다. 탁자 위에 올려진 일부 서랍에는 아직 피가 묻어있었다. 면사무소 뒤편 1층 유리창도 김씨가 쏜 총에 맞아 깨져 있었다.
한 직원은 "같이 일하던 동료가 한순간에 변을 당했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고로 충격을 받은 일부 여직원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봉화군은 숨진 공무원 2명의 장례를 봉화군청장(葬)으로 치를 예정이다. 군청 대회의실에는 합동분향소도 마련해 조문을 받기로 했다.
봉화군 관계자는 "한순간에 동료를 잃은 군청 직원 모두가 비통한 심정이다"며 "유족과 장례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의 범행 전후 행적 등을 추가로 조사한 뒤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kimhj@yna.co.kr,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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