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처럼 남은 2년 준비…내일은 비서처럼 김현우 금메달 돕겠다"
(자카르타=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7㎏급 간판 류한수(삼성생명)는 2년 전 올림픽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등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우승 1순위로 꼽혔던 류한수는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당시 류한수는 보기 드물게 많은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2년 전 기억은 류한수에게 '한'(恨)이 된 듯했다.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7㎏급에서 우승한 류한수는 '2년 전 리우 올림픽 때 무너진 감정이 이제 조금 해소됐나'라는 취재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시안게임 우승도 좋지만, 최종 꿈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며 "산에 들어가 도를 닦듯 준비해 2020년 도쿄올림픽 때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류한수는 "난 훈련 때마다 사점(死點)을 오가고 있다"라며 "육체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건 하나도 두렵지 않다. 더 미친 듯이 훈련해 올림픽 금메달을 국민께 선사해드리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사실 류한수에겐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다.
수개월 전 왼쪽 팔꿈치 인대를 다쳤고, 최근엔 오른쪽 팔꿈치에 관절염 증세가 나타나 양팔을 쓰기가 힘들었다.
더군다나 최근 레슬링에서 파테르가 부활해 스탠딩 기술이 특기인 류한수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류한수는 "두 팔이 아프면 두 발을 빨리 움직이겠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준비했다"며 "아직도 파테르 자세에 자신은 없는데,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의 말처럼 류한수는 결승전에서 순간 기지로 결정적인 점수를 획득했다.
그는 경기 시작 14초 만에 파테르를 받아 상대 선수에게 순식간에 3점을 헌납했지만, 공격을 이어가려는 상대방의 팔 사이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 되치기로 대거 4득점에 성공했다.
불리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자세로 바꿔 경기 흐름을 바꿔버린 것이다. 이 점수로 류한수는 5-4로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류한수는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나도 어떤 기술을 썼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고마운 사람을 꼽아달라'는 말에 "항상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대표팀 동료 김현우(삼성생명)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내일 (김)현우가 금메달 획득에 도전하는데, 비서처럼 하나하나 챙겨주며 그를 돕겠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