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염성.생명력 강해 차단 어려워
중, 인체에 해는 없지만 단백질 소스 위험 노출에 전전긍긍
(서울=연합뉴스) 진병태 기자 = 중국 동북부에서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인 중국에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전문 매체인 사이언스 매거진이 22일 밝혔다.
전염성이 강하고 돼지에 치명적인 이 질병은 현재 중국 4개 지역에서 발견됐다. 이들 지역은 서로 수천킬로미터가 떨어진 지역이다.
이 매체는 중국의 돼지 사육두수가 4억3천만 마리에 이르고 상당수는 바이오보안을 거의 갖추지 않은 소규모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어 중국이 이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기념비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농업대학의 돼지바이러스 과학자인 양한춘 교수는 "ASF가 중국에 들어온 것은 진짜 심각한 문제"라면서 중국의 돼지 관련분야의 규모를 감안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파괴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SF가 중국인들의 주된 단백질 소스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SF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인체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 다만 돼지와 멧돼지 사이에 빠르게 전파되고 전파경로도 직접 접촉 외에 농장 일꾼들의 오염된 신발이나 옷, 장비 등에 노출돼 전염되는 등 다양하다.
또 이 바이러스는 열과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사체나 배설물, 신선육 또는 돈육 소시지 등에서조차 수주간 생존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진드기도 이 바이러스를 옮긴다. 이 질병에 감염되면 고열과 내출혈이 일어나고 1-2주내 폐사한다.
아직까지 ASF 백신이나 치료약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풍토병인 ASF는 2007년 독립국가연합에 소속된 그루지야에서 발견된후 러시아로 건너갔다. 폴란드와 체코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돈육제품 메이저 생산국인 독일과 덴마크로 옮겨갔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 랴오닝(遼寧)성의 성도 선양(瀋陽)에서 지난 8월 1일 처음으로 발견됐다. 중국 농업부 조사결과 이 바이러스가 최소 지난 3월 이래 이 지역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유전자 분석결과 중국에서 발견된 이 바이러스가 러시아에서 유행한 것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이 살아있는 돼지와 돼지 관련제품 수입을 늘리면서 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 찌꺼기 등을 먹은 돼지들이 감염됐을 수 있다고 전파경로를 추정하고 있다.
중국에서 두번째 발견은 8월 14일 허난(河南)성의 성도 정저우(鄭州)의 도축장이다. 2천㎞ 이상 떨어진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싣고온 돼지에서 발견됐다.
또 15일에는 장쑤(江蘇)성 렌윈강(連雲港)의 한 농장에서 이 질병이 발견됐다.
중국 정부는 선양에서 9천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병든 돼지와 바이러스에 노출된 돼지를 살처분하는 외에 발발지역을 차단하고 농장, 시장, 관련 장비를 소독하는 한편 돼지와 돈육제품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또 역학조사를 통해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양한춘 교수는 하지만 바이러스 통제는 어려운 도전이 될 수 있다면서 대규모 농장에서부터 소규모 뒷마당까지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돈육제품 생산과정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감염경로를 추적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살처분 돼지를 즉시 보상하는 방식으로 농장주들이 병든고기를 도축해 고기를 팔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
식량농업기구(FAO)의 수의사인 후안 루브로트는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지금까지는 ASF 확산을 투명하게 공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ASF 통제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b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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