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의 열쇠 쥔 '충복' 2명 동시 유죄…트럼프 '최대위기' 맞나(종합)

입력 2018-08-22 16:37  

의혹의 열쇠 쥔 '충복' 2명 동시 유죄…트럼프 '최대위기' 맞나(종합)
러시아 스캔들·성추문 핵심인물 잇따라 유죄로 가닥…특검수사 협조 가능성
코언 "트럼프 지시로 '성추문 입막음' 돈 전달"…선대본부장 매너포트, 유죄평결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끔찍한 하루"(블룸버그) "재앙의 날"(CNBC) "악몽 같은 뉴스의 날"(복스) "최악의 시간"(가디언)…
21일(현지시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가히 '충격의 날'로 불릴만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과 관련한 핵심인물인 과거 최측근 2명이 잇따라 유죄로 결정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러시아 스캔들'을 캐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 수사의 칼날이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면서 법률적·정치적으로 궁지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의혹들이 최대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탄핵론이 대두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52)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성 추문을 막기 위해 돈을 지급했다고 유죄를 인정했고,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69)는 세금·금융사기 등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당장 드러난 혐의는 개인 비리과 관련된 것이지만, 모두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서 출발한 것들이다. 이에 따라 특검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트럼프 '해결사' 코언의 반전…유죄 인정하고 "트럼프 지시였다" 폭로
10년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했던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을 막기 위해 '입막음' 용도로 건넨 돈과 관련해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플리바게닝'을 택했다.
그는 이날 뉴욕연방법원 출석에 앞서 선거자금법, 금융사기, 탈세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최대 65년형을 받을 뻔했지만, 유죄를 인정하고 46∼63월로 줄이는 '거래'를 택했다.
코언은 법정에서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이 불거졌던 여성 2명에게 입막음 목적으로 돈을 지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연방정부 후보자의 지시로, (그와) 조정해 움직였던 것"이라며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이 일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코언이 말한 여성은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와 플레이보이 표지모델 캐런 맥두걸이다.
2016년 대선 직전 코언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대니얼스의 입을 막기 위해 코언은 13만달러를 지급했다. 또 2006년 트럼프 대통령과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하는 맥두걸에게도 2016년 이를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우회적으로 15만달러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돈이 자신과 관계없이 이뤄진 '개인 간 거래'라고 선을 그었지만, 코언이 이날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돈을 지불한 것이라고 폭로한 것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코언이 맥두걸에게 돈을 주는 문제를 상의하는 대화 녹음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는데, 이 녹음 역시 코언의 변호사를 통해 나온 것이었다.
코언의 변호사인 래니 데이비스는 플리바게닝이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코언의 진술을 전하면서 "만약 이 같은 지불이 코언에게 범죄가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범죄는 왜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코언의 선고일은 12월 12일로 정해졌다.

◇ 뮬러 특검의 '기소 1호' 매너포트…"유죄"
워싱턴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던 매너포트는 이날 버지니아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매너포트는 세금사기 5건, 금융사기 2건, 국외 계좌 미신고 혐의 1건 등 총 8건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나머지 혐의 10건의 평결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해외 계좌에 돈을 숨기고 수백만 달러의 사기 대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그가 2010∼2014년 해외 계좌를 통해 6천500만달러를 받고, 사치품과 부동산 구입 등에 돈을 쓰며 호화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또 은행에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2천500만달러 이상 불법 대출을 받았다고 전했다.
매너포트는 최대 징역 80년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외국 기관을 위한 불법 로비 활동,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한 추가 재판까지 앞두고 있다.
매너포트는 '러시아 스캔들'을 캐는 특검의 첫번째 기소 대상이다.
이날 유죄로 인정된 혐의는 매너포트의 개인 비리에 관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내통이나 사법방해 혐의 같은 특검 수사의 핵심은 아니다.
그러나 형이 선고된 것은 아니지만 첫 기소 대상이 일단 유죄로 가닥이 잡힌 만큼, '특검이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 충신의 몰락과 배신…"트럼프의 공포가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신으로 불렀던 2명이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유죄 판결을 받은 소식에 미 언론은 종일 떠들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이클 코언: 트럼프의 가장 큰 공포가 현실이 됐다", "매너포트가 지고 뮬러가 이겼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고, 뉴욕타임스(NYT)는 "코언이 결국 검찰에 협조하기로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골칫거리를 안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NBC 방송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두운 날. 워터게이트 이후 (미국) 대통령직에 가장 어두운 날"이라고 표현했다.
코언은 2006년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후 사업 파트너이자 법률·정치고문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회사가 러시아에서 '트럼프 타워'를 건립하려다 무산된 과정을 알고 있고, 러시아의 미 대선 연관성에 대해 열쇠를 쥔 인물로 여겨진다.
한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했지만, 지난 4월 연방수사국(FBI)이 자신의 호텔 방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개인 비리'가 드러나면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인간적 배신감 때문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코언은 이날 자신의 행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부르며 일축해왔지만, 코언의 결정적인 증언은 이를 무색하게 한다.

◇ 트럼프 궁지 몰리나…중간선거 기점으로 탄핵론 불거질수도
매너포트와 달리, 코언 사건은 특검이 아닌 뉴욕검찰이 수사를 주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특검 수사에 탄력을 붙이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해석된다. 코언이 축적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검은 비밀'을 풀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위법 여부 판단은 결국 그가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한 것인지, 그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위법 행위가 확인되더라도 기소 여부는 확실치 않다.
일단 법무부 법률자문국은 현직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화이트워터 게이트'의 특검보였던 솔 와이젠버그는 헤럴드-휘그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이므로 기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이번 일은 트럼프 대통령을 최종 탄핵 과정에 가까이 가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검의 수사망은 점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조여오고 있다.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소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소환 조사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마냥 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의혹 수준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공모 및 법 위반 여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궁지에 몰리게 된다.
현재 수준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다수당 자리를 넘겨주게 될 경우 탄핵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믿는 '최후의 보루'는 사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나는 스스로 사면할 절대적 권리가 있다"고 트윗하는 등 '셀프 사면'을 거론한 바 있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조차 정치적 논란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미 대통령은 사면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어떤 대통령도 자신을 위해 사면권을 행사한 적은 없다.
공판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매너포트를 '좋은 사람'이라고 부르면서도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매우 슬픈 일이 발생한 것이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다"며 "러시아 공모와도 무관하고 그저 '마녀사냥'일 뿐"이라고 말했다.
코언의 유죄 인정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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