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 정치활동가 첫 사형 위기…인권단체 구명운동

입력 2018-08-22 11:48  

사우디 여성 정치활동가 첫 사형 위기…인권단체 구명운동
29살 여성, 반정부 시위조직 혐의…인권단체 "위험한 선례"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 정치활동가가 처음으로 사형에 처해질 위험에 직면해 국제인권단체들이 구명 운동에 나섰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인권운동가이기도 한 이 여성이 실제로 사형에 처해지면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2일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29살 여성인 이스라 알 곰감은 '아랍의 봄' 시위의 영향을 받아 반정부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2015년 12월 남편과 함께 체포됐다.
이스라는 동부의 소수 시아파 밀집지인 카티프에서 시위를 조직, 정치범 석방과 시아파 차별 중단을 요구한 혐의다. 카티프의 경우 차별과 소외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간헐적으로 차량폭탄 공격이 발생하는 등 불안 요소가 잠재해 있다.
그는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한 인권 운동을 펴 사우디 정부에는 눈엣가시인 셈이다.
이달 초 수도 리야드의 특별형사법정에서 열린 심리에서 검찰은 반테러법을 적용해 이스라는 물론 남편을 포함한 다른 5명에게 참수형을 구형했다.
아직 법원의 선고가 내려지지는 않았고, 오는 10월 말 재판은 계속된다.
선고에서도 그대로 구형이 유지된다면 재판 결과는 국왕에게 넘겨지고, 국왕은 통상 해오듯 사형을 승인할 전망이다.
이스라에 대한 재판 내용이 알려지자 인권단체들은 급해졌다.
독일에 본부를 둔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는 "널리 알려진 인권 옹호론자"라며 사우디가 매우 보수적인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 결과가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단체는 또 "아랍의 봄에 대한 보복이며 카티프에 대한 처벌"이라며 이스라가 이미 3년 가까이 구금된 상태로 변호사의 접근마저 봉쇄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이미 사형 집행이 이뤄졌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이스라는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AI)에 따르면 사우디는 세계에서 사형 집행이 자주 이뤄지는 국가로 최소 58명이 사형 선고를 받아둔 상태다.
사우디 정부는 2015년 이후 7명의 여성에 대해 살인과 같은 범죄를 이유로 사형을 집행했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는 등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표현의 자유까지는 이를 확대하지 않고 있으며 사형 집행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2015년에는 90명에게 사형이 집행됐지만, 이 수는 지난해 146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7월에는 카티프 지역에서 발생한 경찰에 대한 테러와 폭력 시위 등을 이유로 시아파 4명에게 사형이 집행됐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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