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하는 '상류사회'서 수애와 '욕망부부'로 출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상류사회'에서 대학교수 장태준 캐릭터는 선과 악,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다.
강남 최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서민을 위한다며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구상하는가 하면, 본능적으로 몸을 내던져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욕망과 욕정 앞에 쉽게 흔들리지만, 적당히 인간적이고, 속물적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도 안다. 자칫 비호감처럼 비칠 수 있지만, 박해일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수긍이 갈 만한 인물로 바꿔놓았다.
장태준을 연기한 박해일(41)을 2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만났다.
"태준은 강남에 사는 중산층 전문직이에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순수한 학자로 출발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정치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순수한 욕망을 지닌 인물이죠. 현실 타협적이고, 실용적이면서 어느 선을 넘으면 충분히 경계할 줄 아는 캐릭터입니다."
태준은 우연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집권당으로부터 국회의원 공천을 받는다. 그의 욕망을 옆에서 부채질하는 이는 아내 오수연(수애)이다. 미술관 부관장인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장 자리에 오르려 한다. 영화는 국회의원이 되려는 태준과 관장이 되려는 수애의 욕망을 좇으면서 두 사람 뒤에 얽혀있는 재벌과 정치권, 조폭과의 검은 거래를 보여준다.
"나는 자기가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때를 만드는 사람이길 바라."(수연)
"야 너 힐러리 같다."(태준)
"그러니까 당신도 클린턴 되고 나서 사고 치라고."(수연)
태준과 수연이 나누는 대화는 부부라기보다 마치 동지 같다.
"저 역시 동료, 친구 같은 느낌으로 수애 씨와 연기했어요. 그래서 부담이 덜했죠. 부부는 일심동체지만, 욕망의 차이는 다른 것 같아요. 수연은 욕망을 위해 불구덩이까지 가려고 하는 의지가 크지만, 태준은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죠. 둘 다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끝까지 욕망을 좇다 보면 아마 다른 결말을 맞았겠지요."
박해일은 극 중 교수와 정치 신인으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TV토론 장면을 꼽았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진짜 TV토론에 나온 것처럼 떨렸어요. 같이 출연한 분도 실제 대학교수님이셨고요. 촬영 전에 신문기사와 토론 프로그램을 정말 많이 봤어요. 토론 말미에 태준이 '욕망을 너무 잡으면 전체주의고, 완전히 풀어놓으면 자유방임이다. 욕망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절하도록 하는 게 시민사회의 응당한 책임'이라고 말하는데, 그게 장태준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준은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노인을 구하기도 한다.
"이 작품 첫 촬영이었어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대로변에서 전문 스턴트맨이 몸에 불을 붙였고, 제가 맨몸으로 직접 불을 껐죠. 다행히 한 번에 촬영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너무 긴장한 때문인지 촬영이 끝나니까 마치 영화의 절반 이상을 찍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영화 속에는 박해일의 정사신도 등장한다. 제법 수위가 높은 편이지만, 재벌 회장으로 나오는 윤재문이 일본 AV 배우와 찍은 정사신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저도 그 장면(윤제문의 정사신)을 관객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 저는 영화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박해일은 그동안 '남한산성' '덕혜옹주' '은교' '최종병기 활' '이끼' 등 굵직굵직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티켓파워와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갖춰 충무로가 찾는 배우 중 선두에 서 있다.
"저는 준비하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편이에요. 왜 이렇게 기회가 안 오지 하면, 그때 움직이지만, 섣불리 기회를 잡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태준처럼 정치할 생각도 있느냐고요? 그 질문을 하실 것 같아 미리 준비했습니다. 저는 정치는 전혀 생각이 없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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