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해외 연극과 신작 무용을 선보이는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가 다음 달 4일부터 10월 7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과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주최로 열린다.
문예위는 22일 대학로 예술극장 내 시어터 카페에서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의 제작발표회를 열고 국내 초연 해외 연극 4편과 신작 무용 4편을 소개했다.
장계환 문예위 극장운영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르코·대학로 예술극장의 운영주체가 변경되면서 극장 운영방향에 혼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이번 기획전을 연극과 무용 중심의 극장으로 돌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예술계 내 선배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하나의 기획전 아래서 작품을 선보이고, 대학로가 예술혼이 살아 숨 쉬는 연극과 창작 무용의 중심이라는 것을 관객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기획전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베스트 앤 퍼스트' 기획전을 통해 선보이는 해외 베스트 연극 4편은 '돼지우리', 'X', '아라비안나이트', '크리스천스'이며 신작 무용 4편은 'Post 2000 발레정전', '마크툽', '오피움', '구조의 구조' 등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아돌 후가드의 이색 반전 드라마 '돼지우리'는 손진책 연출로 다음 달 8일부터 22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손진책 연출은 "오랜만에 아르코에서 기획한 작품에 참여해 남다른 감회가 있다"며 "이 작품은 우리가 어떤 돼지우리에서 살고 있고,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인지,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연극의 미래'로 불리는 알리스테어 맥도웰의 작품 'X'는 최용훈 연출과 만나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명왕성에서 지구와의 교신이 끊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탐사대원들이 기지에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최용훈 연출은 "지구와 연락이 끊긴 데다 시계마저 고장 나면서 탐사대원들은 시간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며 "일그러진 시간과 기억의 퍼즐을 맞춰나가면서 인간으로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전인철 연출은 9월 4일부터 16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닉의 작품 '아라비안나이트'를 무대에 올린다.
독일 베를린의 마법에 걸린 아파트를 배경으로 2명의 여인과 3명의 남자가 대사를 주고받으며 극을 진행해 나간다. 현실에서는 15분 정도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판타지 요소가 교차하며 기나긴 초현실 세계를 표현한다.
전인철 연출은 "원작자는 기존의 극작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 분"이라며 "저도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관습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를 질러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새롬 연출은 미국의 젊은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작품 '크리스천스'를 각색했다.
작은 개척교회에서 시작해 대형교회를 일군 목사 폴이 교단의 복음이 아닌 진실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함으로써 펼쳐진 혼란과 분열을 그린 작품이다.
민 연출은 "작품 자체는 분열을 다루지만 종교의 과제를 논하고 서로 극복해야 하는 인간 간의 거리를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발레 대중화를 위해 창작발레의 새 역사를 쓴 제임스 전은 'Post 2000 발레정전'이라는 제목으로 제임스 전의 60년 인생을 대표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1·2부로 나눠 공연하며 1부에서는 그의 춤 인생을 대표하는 작품인 '도시의 불빛', 'Two Images', '바람처럼'(Like the Wind)과 세계적 안무가인 리처드 월락과 함께 한 작품 'Mid Shift'를 공연한다.
2부에서는 인생에 대한 담론을 발레로 표현한 제임스 전의 신작 '7 Color of Life'를 선보인다.
제임스 전은 "1995년 서울발레시어터의 창단공연을 아르코 대극장에서 했다"며 "그만큼 이곳은 제게 큰 의미가 있는 곳이고, 올해 제 나이가 예순인데 인생의 1막을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2016년 댄스씨어터 '까두'를 해체한 후 작업 방향을 바꾼 안무가 박호빈은 산티아고 800㎞ 순례 여정을 담은 신작 '마크툽'(MAKTUB)을 무대에 올린다. 마크툽은 아랍어로 '모든 것은 이미 기록돼 있다' 또는 '신의 뜻대로'라는 의미다.
박호빈은 "순례여행을 마치면서 느낀 것을 작품으로 담아내고 싶었는데 아르코에서 이런 기회를 주셔서 뜻깊은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며 "많은 인연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축해 작품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파리, 벨기에 현대무용단 출신 안무가 예효승은 환각제로 사용되는 식물인 양귀비(Opium)에 착안해 신체에 내재한 감각을 춤으로 일깨우는 신작 '오피움'(Opium)을 선보인다.
예효승은 "신체가 가지고 있는 감각을 극대화하면서 어떻게 무대에서 발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준비 중인데 감각의 극대화는 성행위 중 오르가슴 직전의 것으로 생각한다"며 파격적인 무대를 예고했다.
20대 중반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무용가 이재영은 신작 '구조의 구조'를 통해 사회적 구조 속 인간 모습을 이미지화해 보여줄 예정이다.
이재영은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 이 세상 모든 것은 구조 안에 속해 있다"며 "그런 구조를 신체를 이용해 최대한 표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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