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수리도 北과 협의 필요"…경기북부경찰청 다문화가정 안보견학
(판문점=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22일 오후 2시께 찾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내부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판문점 투어 때 들어가 볼 수 있는 회담장은 시민들이 텔레비전 속 화면에서 익히 보아온 그 '파란색 집'이다.
이곳이 때아닌 에어컨 고장으로 '폭염 취약지대'가 돼 있었다.
태풍 '솔릭'의 북상을 앞두고 무더위가 한풀 꺾였음에도 이날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의 낮 최고기온은 32도까지 올랐다.
JSA대대 관계자는 "에어컨이 일주일 째 고장"이라면서 "에어컨 수리도 북측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담장 안에서 땀에 흠뻑 젖은 채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JSA 대원들의 모습은 남북 분단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언제 또 와볼세라' 기념 촬영에 여념 없는 방문객들의 얼굴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날 기자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외사계의 '다문화가정 안보견학' 현장에 동행했다.
경기북부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구성원 15명을 대상으로 남북 분단의 현실이자 평화의 거점인 판문점 등지 견학을 통해 평화의식을 고취하고자 마련된 행사다.
이날 행사는 오전에 북한의 남침용 땅굴인 제3땅굴(길이 1천635m, 폭 2m, 높이 2m)을 체험하고 민통선마을 통일촌에서 점심 식사를 한 뒤 판문점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필리핀이 고향인 박성희(36)씨는 아들 송승환(10)군과 함께 참가해 "납치 소식도 들어보고 그래서 북한이 너무 가까워지니까 약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생활 13년 차인 박씨는 이어서 "파주 운정에 살면서도 여기까지 온 건 처음"이라면서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에 가게 되어 기대가 컸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북부경찰청 안보견학단은 JSA대대에서 서울 성서중학교 체험학습단과 함께 버스 2대에 나눠타고 출발해 1번 국도 4㎞를 달려 판문점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비무장지대(DMZ) 내 남측의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마을 입구와 대성동 주민들이 일구는 경작지를 볼 수 있었다. 북한의 선전마을인 기정동마을에 높게 내걸린 인공기도 버스 창밖으로 지나쳐 갔다.
판문점 견학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체험학습에 참가한 최윤서(14·성서중3)양은 "TV에서만 보던 걸 눈앞에서 실제로 보니 정말 신기했다"면서 "남북한이 갈라져 있는 것을 보니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덩달아 파주 DMZ 안보관광객도 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약 48만명으로 집계된 DMZ 안보관광객의 수는 이날 이미 약 34만명에 달했다.
파주시 관광진흥센터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내국인 관광객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올해는 5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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