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형 학원 공포물이라는 신(新) 장르를 개척한 '여고괴담' 시리즈 주역들이 영화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2일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여고괴담 개봉 20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 학교에 놀러 오세요'를 개최하고 여고괴담 시리즈 감독과 배우, 제작 관계자를 초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제작사인 '씨네2000' 이춘연 대표를 비롯해 2·3·4·5편 감독인 민규동·윤재연·최익환·이종용 감독과 2019년 개봉 예정인 6편 이한나 감독, 1·2편 주연 배우인 박진희·김규리 등이 참석했다.
이춘연 대표는 이날 무대 인사에서 "사실 저는 넋 놓고 있었는데 이런 행사를 마련해 준 영상자료원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20주년이면 옛날 영화인데 이렇게 많은 분이 영화를 보러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1편에서 모범생 '박소영' 역을 맡은 배우 박진희는 "여고괴담이 제 영화 데뷔작이었다.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정말 좋은 기회를 준 작품"이라며 "20년이 지나도 무대에서 뵐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편에서 '민아' 역을 맡은 김규리는 "제 인생에서 큰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작품이었다"며 "잘 몰라서 어색했던 것도 있었지만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정을 다해 진심으로 연기했던 작품"이라고 회고했다.
김태용 감독과 함께 2편을 공동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조차 안 하던 철부지 바보 같은 사람을 20년이 지나도록 영화감독으로 살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며 "김태용 감독과도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감독으로 못 살았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인생의 운명 속으로 초대해준 작품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3편을 맡은 윤재연 감독은 "제게 첫 기회를 주고 탄탄한 발판을 마련해 준 프로젝트였다"며 "여기 계신 모든 분에게 매우 감사드린다. 또 같이 모일 기회를 주신 영상자료원에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1편 조감독을 거쳐 4편을 연출한 최익환 감독은 1편 제작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최 감독은 "한겨울 세트에서 촬영하는데 박기형 감독이 마룻바닥에 광을 내야 한다고 해서 저하고 훗날 '타워'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얼어붙은 왁스를 녹이다 세트 전체에 불을 냈다"며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 대표가 '대박나겠다'며 흐뭇하게 미소 짓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고 전했다.
5편에 출연한 배우 유신애·송민정는 유담희·송채윤로 개명했다.
유담희는 "이리 오랜만에 보니 명절 때 가족을 다시 만난 것 같다"고 말했고, 송채윤은 "여고괴담 5편은 제가 살면서 무언가를 가장 열심히 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회고했다.
5편을 연출한 이종명 감독은 "저희 배우들이 이름을 바꾼 것이 저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5편이 개봉한 지도 벌써 9년이 지났는데 얼른 6편이 나와 흥행 신화를 쓰기 바란다"고 농담 섞인 덕담을 건넸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B급 장르로 취급되던 호러에 10대 청소년의 고민과 사회 부조리를 녹여낸 작품으로 개봉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편은 개봉 당시 전국 관객 250만 명을 동원했으며 이후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메멘토모리'(김태용·민규동, 1999)와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윤재연, 2003), '여고괴담4: 목소리'(최익환, 2005), '여고괴담5: 동반자살'(이종용, 2009)까지 총 5편 시리즈가 제작됐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여배우의 등용문 역할도 했다. 그동안 김규리, 최강희, 박진희, 박예진, 공효진, 송지효, 박한별,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오연서 등 많은 여배우가 이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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