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북단의 스페인 영토…7월 602명 이어 115명 또 난입
국경수비대에 생석회·분뇨 뿌리며 월담…보호소는 이미 '포화'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스페인의 해외영토 세우타가 주변의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몰려드는 난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달 전 602명의 난민이 몰려들어 철조망을 끊고 국경을 넘은 데 이어 22일(현지시간)에도 난민 115명이 스페인 국경수비대의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스페인령에 진입했다.
스페인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모로코 북서부 해안 끝에 있는 스페인령 세우타의 핀카 베로칼에서 난민들이 대거 국경을 넘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날 월경에 성공한 난민이 총 115명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 출신들로 가난과 내전, 박해 등을 피해 유럽행을 택한 난민들이다.
이들은 이날 모로코와 스페인령 세우타를 가르는 이중 철조망을 넘거나 절단기로 자르고 스페인 영토에 진입했다.
국경수비대원들의 다수가 휴가를 가서 인력이 모자란 상황인 데다 이날이 마침 이 지역의 공휴일이어서 국경수비대 근무인력이 평소보다 크게 부족했다고 한다.
난민들은 월경을 막는 국경수비대원들에게 준비한 생석회(산화칼슘)를 뿌리거나 분뇨가 든 유리병을 던지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난민과 국경수비대원 일부가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월경에 성공한 난민들은 스페인 국기와 유럽연합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세우타에서 아프리카 난민 602명이 철조망을 절단하거나 기어올라 월담한 끝에 스페인 영토로 진입한 바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이날 세우타에 진입한 난민들을 일단 체포해 임시수용소에 수용할 방침이다.
512명 정원의 세우타 난민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다. 정원의 두 배가 넘는 1천200명이 수용돼 있으며, 스페인 당국은 군부대가 임시로 설치한 막사에 난민을 추가로 수용할 방침이다.
난민 신청이 반려된 이들은 모로코나 본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세우타는 멜리야와 함께 모로코 북동부 해안에 있는 스페인 영토다.
스페인이 1580년 점령해 현재도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두 지역은 가난과 박해를 피해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아프리카 난민이 밀입국을 시도하는 주요 경로다.
난민들은 모로코와 세우타를 가르는 6m가량의 높은 철조망을 절단기로 자르거나 기어올라서, 또는 바다로 헤엄을 치거나 차량에 숨는 방식으로 꾸준히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세우타와 멜리야를 지키는 국경수비대의 인력과 장비 수준도 몰려드는 난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세우타 상황을 보고받은 뒤 트위터에서 "매우 모범적인 태도로 난민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우리 대원들, 특히 오늘 임무 수행 중에 다친 대원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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