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시장 가치 기대에 못 미쳐 포기" 분석
사우디 석유부 장관 "IPO 계획 여전히 유효"
(서울·테헤란=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강훈상 특파원 =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중단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로이터 통신은 고위 업계 관계자 4명을 인용, 아람코를 국내외 증시에 동시 상장하기 위한 절차를 중단하고 이를 준비하던 자문단도 해산했다고 전했다.
아람코의 IPO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소식통은 "얼마 전에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하고 "아무도 이를 공개할 수가 없어 우선 연기하고 이어 중단한다는 식으로 단계적인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도 23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아람코가 국영 석유화학 회사 사빅(SABIC)의 인수에 집중하면서 기업공개를 취소한 것은 아니지만 유보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사빅은 사우디 증시(타다울)에서 시가총액(1천억 달러. 약 113조원)이 가장 높은 상장사다.
아람코는 지난 2016년 국내 증시와 해외 증시에 5%의 지분을 동시 상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고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권력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급진적 경제 개혁의 핵심을 이룬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IPO에서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2조 달러(약 2천250억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기를 기대했다.
이 가운데 5%를 상장하면 산술적으로 1천억 달러(약 113조원)의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가치평가는 아니라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시장 분석가들은 아람코의 가치를 1조∼1조5천억달러(1천130조∼1천677억원) 정도로 본다.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오르려면 유가가 더 상승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미국의 제동 등으로 유가가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사우디가 원하는 수준의 가격으로 주식을 공개하면 주주의 이익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침체기를 벗어나 배럴당 70달러 선에 안착하면서 사우디가 자금을 끌어모을 필요가 적어졌다고 분석한다.
사우디는 실세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신도시 건설, 신재생 에너지 확대 등 초대형 인프라 사업을 발표했고 이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와 자문단 사이에는 밸류에이션은 물론 해외 증시를 선택하는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으며 이 때문에 IPO 준비가 지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증시로는 런던과 뉴욕, 홍콩, 싱가포르, 도쿄 등이 거론됐다.
이들 증시도 역대 최대 규모의 IPO를 유치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 보도와 관련,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옛 석유부) 장관은 23일 국영통신을 통해 낸 성명에서 "아람코의 IPO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는 "IPO 시점은 시장 상황, 추진 중인 다운스트림 분야(석유화학회사 사빅)의 인수 등 여러 요인으로 결정된다"며 "정부는 적절한 주변 환경과 시점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람코의 IPO를 준비하려고 사우디 정부는 탄소세 도입, 독점 양허계약 갱신, 신임 이사회 구성, 내부 제도 정비 등 아람코와 잠재적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여러 조처를 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의 국영 언론도 아람코 IPO 취소 보도를 부인하는 알팔리 장관의 성명을 주요 뉴스로 일제히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2016년 아람코의 기업공개를 발표했다. 당시엔 2018년 하반기로 예정됐지만, 수차례 연기됐다. 알팔리 장관은 5월 "아람코의 기업공개가 내년 중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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