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 일기 입수…히로히토 "전쟁책임이라는 말 들어"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재위 1926∼1989)이 자신의 전쟁책임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이 시종의 일기에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도통신이 23일 전했다.
통신은 히로히토 전 일왕의 시종이었던 고바야시 시노부(故小林忍) 씨의 일기를 유족으로부터 입수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기에는 히로히토 전 일왕이 85세였던 1987년 4월 "일을 기대하며 가늘고 길게 살아도 어쩔 수 없다. 괴로운 일을 보거나 듣거나 하는 일이 많아지게 될 뿐"이라며 "형제 등이 상을 당하거나 전쟁책임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발언한 것으로 적혔다.
통신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경험한 그가 전쟁책임에 대해 마음에 둔 심정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히로히토 전 일왕은 회고록에서 태평양전쟁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측근에게 전쟁과정을 구술한 '쇼와천황독백록'(昭和天皇獨白錄)에서 일제가 만주침략 야욕을 드러낸 1920년대 후반부터 항복을 선언한 1945년까지 상황을 설명하면서 태평양전쟁에 대해 "군부와 의회가 전쟁 결정을 내렸고, 입헌군주로서 재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바야시 씨의 일기에는 히로히토 전 일왕이 언제 누구에게서 전쟁책임에 대한 지적을 받았는지에 대한 기술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3월 당시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공산당의 마사모리 세이지(正森成二) 의원은 "무모한 전쟁을 시작해 일본을 전복 직전까지 가게 한 것은 누구인가"라며 히로히토 전 일왕의 책임을 추궁했으며 이를 부정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와 설전을 벌였다.
1988년 12월에는 모토지마 히토시(本島等) 나가사키(長崎) 시장이 시의회에서 "일왕의 전쟁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개 비판하는 등 책임론 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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