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이슬람 사원의 확성기 소리가 크다고 항의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여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메단 지방법원은 중국계 불교도 메일리아나(44·여)에게 지난 21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북(北) 수마트라 주 탄중발라이 시 주민인 메일리아나는 2016년 자택 인근 이슬람 사원의 확성기 소리가 크다고 민원을 제기했다가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됐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사원은 확성기를 이용해 하루 다섯 차례 '아잔'(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울린다.
이 확성기는 설교를 들려주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메일리아나는 소리가 너무 커 귀가 아프다면서 음량을 낮출 것을 거듭 요구해 사원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에 격분한 무슬림계 주민들은 2016년 7월 29일 폭동을 일으켜 탄중발라이 일대의 불교사원 14곳을 파괴하고 약탈했다.
폭동 주동자들은 전원 체포돼 각각 1∼4개월의 징역에 처했지만, 메일리아나도 타인의 종교활동을 비방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메일리아나는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지부는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위배한 터무니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2억6천만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믿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국인 인도네시아는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종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상당한 실례로 간주된다.
신성모독법은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수 종교를 탄압하거나 정적 등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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