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명투수의 딸' 펜싱 윤지수 "무릎 걱정뿐인 아빠, 얼른 갈게요"

입력 2018-08-23 12:22  

[아시안게임] '명투수의 딸' 펜싱 윤지수 "무릎 걱정뿐인 아빠, 얼른 갈게요"
4년 전 이어 막내로 여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 "개인전 아쉬움, 좋은 발판 삼아야죠"



(자카르타=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아빠요? 돌아가면 무릎 검사하고 치료부터 받자고 하시더라고요."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막내 윤지수(25·서울시청)는 현역 시절 완투만 100차례를 기록하는 등 에이스 투수로 활약한 윤학길(57)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육성 총괄 코치의 둘째 딸이다.
윤지수가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땐 '윤학길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우세했지만, 딸이 큰 대회에서 메달을 따오는 일이 늘면서 '윤지수의 아버지'로 윤 코치가 소개되는 일이 많아졌다.
윤지수가 22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중국을 누르고 언니들과 2회 연속 우승을 일궈내자 윤 코치는 메시지로 '말이 필요 없다'며 기쁨을 표현했다고 한다.
개인전 메달 문턱에서 탈락한 딸이 혹시나 상심했을까, 단체전을 앞두고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쉽게 연락하지 못했던 아버지가 꺼낸 첫 말이었다.



더 마음이 쓰인 건 딸의 아픈 무릎이다.
윤지수는 시즌 내내 무릎 부상을 달고 살았다.
자카르타로 건너와서는 통증이 심해져 주사까지 맞아가며 가라앉혀야 했다.
자신도 선수 생활을 했던 만큼 부상을 안고 큰 경기를 준비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버지가 딸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다.
윤지수는 "시즌 내내 힘들었다. 기권하는 경기가 두 번이나 있었고, 현지에서 또 안 좋아졌다"면서 "아무래도 집에서는 부상 때문에 걱정이 많으신지 경기 끝나고 통화하며 그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전에 대한 목표도 컸지만, 무엇보다 단체전까지 무사히 마무리하고 싶었다"면서 "언니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 아픈 걸 잊고 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윤지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25-20으로 앞선 채 6번째 주자로 나와 27-28로 역전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특유의 집중력이 살아나며 석 점을 내리 뽑아내 흐름을 되찾았고, 최수연(28·안산시청)이 35-29를 만든 뒤 출격한 8번째 경기에선 사오야치를 5-1로 제압하며 40-30으로 벌려 승기를 잡는 역할을 했다.



따라잡혔을 땐 "하늘이 하얗게 됐다"고 돌아본 윤지수는 "단체전에서는 셋 다 한 번씩 고비를 맞았는데, 서로 잘 버텨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인천에서도, 자카르타에서도 대표팀의 막내인 그는 인천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언니들에게 밀려 단체전만 나섰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개인전도 출전했다. 하지만 메달을 눈앞에 둔 8강에서 고배를 들었다.
윤지수는 "메달은 못 땄지만, 이것 또한 좋은 발판이라 생각하고 도쿄 올림픽, 그다음 아시안게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부산에 간 지 너무 오래돼서 가고 싶고, 가족들이 보고 싶다"며 얼른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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