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개최…美 "러 회담 성과 못 낼 듯", 아프간 정부도 불참 선언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러시아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아프가니스탄-탈레반 평화회담이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미국, 아프간 정부 등이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당사국 간에 신경전이 펼쳐지면서다.
23일(현지시간) 아프간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다음 달 4일 모스크바에서 아프간 내전 종식 관련 평화회담을 개최한다.
이에 탈레반은 참석하겠다고 22일 공식 확인했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탈레반 지도부는 모스크바 평화회담과 관련한 러시아의 초청을 수락했다"며 "적어도 4명의 고위급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17년간 이어진 아프간 내전 종식을 위해 최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탈레반, 아프간 정부 등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 대표단 등까지 모스크바로 초청해 평화 해법을 찾겠다며 판까지 벌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갑작스런 태도에 최근 탈레반과 별도로 물밑에서 평화회담을 추진하던 미국은 떨떠름한 분위기다.
모스크바 회담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협상은 평화 조성에 별다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AP통신에 말했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도 동조했다.
아프간 정부는 "우리는 외국 개입 없이 탈레반과 직접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평화회담의 주요 참석 대상국 중 한쪽 축이 완전히 빠지게 된 셈이다.
그러자 다른 초청국 관계자도 아프간 정부 등이 불참하면 모스크바 평화회담 참석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며 한 발 빼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는 최근 아프간-탈레반 평화회담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때 아프간 내전에서 협력 관계였던 두 나라가 이제는 등을 돌리며 아프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먼저 외교 행보에 속도를 낸 쪽은 미국이었다.
지난달 앨리스 웰스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수석 부차관보가 이끄는 대표단이 탈레반 대표단과 카타르 도하에서 극비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19일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을 상대로 3개월간 조건부 휴전을 선언하자 성명을 통해 환영하고 아프간 탈레반의 평화회담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또 유엔과 이라크 대사를 역임한 잘메이 할릴자드를 특사로 임명해 아프간 평화회담 추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퇴임을 앞둔 존 니컬슨 주아프간미군사령관은 "아프간 대중과 성직자 등이 평화를 열망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아프간에서 평화를 위한 전례 없는 기회의 창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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