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경계를 뛰어넘는 사람들, 국악의 미래를 고민하다

입력 2018-08-23 14:44  

전통의 경계를 뛰어넘는 사람들, 국악의 미래를 고민하다
최고은·잠비나이·아시안체어샷, 다음주 콘서트
"국내보다 뜨거운 해외반응 씁쓸하죠"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쑥덕쑥덕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방아 찧고 사방팔방 휘몰아친다 우르르 우르르…"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입에서 우리가락이 쏟아졌다. 그가 들려준 '가야'(GAYA)는 속삭이듯 시작해 재즈처럼 휘몰아치다 호젓이 사라졌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서울 중구 정동에 마련한 기자간담회에 최고은과 밴드 잠비나이, 아시안체어샷을 만났다.
세 팀은 오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서울 청계천 CKL스테이지에서 열리는 '2018 Traditional & Contemporary 문밖의 사람들 : 門外漢(문외한)' 공연을 앞뒀다.
이들이 활동한 장르는 모두 다르다. 최고은은 '포크계의 나윤선'이라 불리며, 잠비나이는 국악기에 서양음악을 접목한 포스트 록 밴드다. 아시안체어샷은 사이키델릭 하드록을 추구한다.
이번 공연에서 세 팀을 묶는 공통점은 '전통의 재해석'이다. 서양 대중음악 어법을 따르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놓지 않는 게 목표다.



잠비나이의 이일우(기타·피리·태평소)는 "전통음악은 과거 사람들의 대중음악"이라며 "옛것으로만 남겨두지 말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은은 전통을 '몇 세대에 걸쳐 다수 동의를 끌어낸 무언가'라고 정의하면서 "과거의 김치가 오늘날 김치만두, 김치전골로 변주되듯 전통음악을 부담 없이 즐길 방법이 무엇인지 음악적으로 고민한다"고 말했다.
아시안체어샷 황영원(보컬)은 "우린 전통 가락을 공부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음악에 한국적인 것이 묻어났다. 한국사람이면 당연한 것"이라며 "그걸 전달하다 보면 전통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세 팀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열렬한 반응을 받는다.
잠비나이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과 지난 6월 영국 '멜트다운 페스티벌'에 섰으며, 최고은은 2014년, 2015년 연속으로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에 초청됐다. 아시안체어샷은 2015년 KBS '톱밴드' 시즌3에서 우승을 차지한 밴드로 '신중현이 라디오헤드의 소리로 블랙사바스와 연주하는 모습'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미지근한 국내 반응이 서운하지 않냐고 묻자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비나이 이일우는 "씁쓸한 현실이지만 이해한다. 사실 한국에서 우리 것을 잘 모른다. 그래서 전통음악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장벽을 부숴나가는 게 뮤지션들의 역할"이라며 "국악기로 사람들과 소통할 음악을 만들면 전통에 대한 거부감이 허물어지고, 씁쓸한 현실이 달콤하게 바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고은은 "그래서 저는 영토의 개념으로 한국과 해외를 구분하지 않는다. 불러주는 곳에서 음악을 하는 유목적인 행보를 취한다"며 "제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갖는 순간이 죽기 전엔 오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이번 공연이 젊은 세대에게 전통의 힘을 전달하고, 전통음악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선 다양한 시도가 펼쳐진다. 잠비나이는 현대적인 영상으로 음악의 시각화에 도전하며, 아시안체어샷은 미디어 아티스트 박훈규·태평소 연주자 안은경·국악 타악기 연주자 장경희와 컬래버레이션(협업) 무대를 마련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하는 이 공연은 전석 무료다. 예매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홈페이지(www.kopta.org)에서 할 수 있다.
☎02-747-3880, 02-580-3276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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