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발레오전장 등에 노조와해 전략 컨설팅 제공
법원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단결권 침해해 더 죄책 무거워"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노사분규 사업장에 '노조 파괴' 컨설팅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대표 등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임종효 판사는 23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창조컨설팅 대표 심 모 씨와 전무 김 모 씨에게 나란히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심씨와 김씨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날 법정구속됐다.
심씨 등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유성기업,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이하 발레오전장)와 노사관계 컨설팅 계약을 맺고 노조를 무너뜨리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창조컨설팅은 2011년 5월 27일 유성기업 사무실에서 노무관리와 관련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당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유성기업 지회는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이에 창조컨설팅은 제2 노조를 설립해 기존 노조를 무력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세웠다.
창조컨설팅은 제2 노조 설립과 관련한 법 규정 및 세부절차를 검토하고 문건을 작성해 사측에 제공했으며, 이들의 계획대로 사측은 기존 노조를 탈퇴한 이들이 새 노조를 만들도록 개입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기존 노조의 조합원이 줄어들 경우 성공보수를 받기로 계약한 사실도 드러났다.
창조컨설팅은 또 발레오전장의 노조 와해 전략에도 개입했다.
2010년 2월 금속노조 산하 발레오만도지회는 공장 경비 업무 외주화에 반발해 쟁의행위에 돌입했으며 사측은 이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사분규가 장기화하면서 노조를 이탈하는 조합원들이 생겼고 이들의 주도로 산별노조였던 발레오만도지회는 기업노조인 발레오전장 노조로 변경됐다.
그 배후에는 창조컨설팅이 있었다. 사측은 '기존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집행부를 탄핵하고 노조를 산별노조에서 기업노조로 변경하라'는 창조컨설팅 조언을 받아 이를 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판사는 심씨와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피고인들이 유성기업과 발레오전장에서 제2 노조를 신설하는 등 노조를 무력화하고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해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가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노무사로서 전문적 지식과 소양을 갖추고 관계 법령을 더 준수해야 함에도 책임을 저버리고 법령을 위반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해 더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또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증거를 인멸했다"며 "사회적 책임을 외도하고 법질서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여 방조범이긴 하지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심씨와 김씨의 결심 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본과 권력을 위해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이를 통해 사익을 취한 반사회적 범죄자에게 실형은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민주사회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한 처벌이 고작 실형 1년 2개월이라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가 노동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는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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