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돼지저금통이나 서랍 속에서 잠자는 1페니(p·한화 약 15원)나 2페니(약 30원)짜리 동전을 없애면 물가상승을 부추길까?'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일부 주장과 달리 소액 동전 유통 종료가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란은행 경제학자인 마릴레나 안젤리와 잭 미닝은 영란은행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1p나 2p 동전의 구매력이 너무나 작아 유통을 중단하더라도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1p나 2p 동전을 없애면 소매업자들이 반올림을 통해 물건값을 올리게 되고, 이는 곧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예를 들어 지금은 49p(약 708원)인 우유 1파인트(0.568ℓ)의 가격을 50p(약 723원)로 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영란은행 경제학자들은 그러나 이는 경제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마트 등에서 물건을 살 때는 보통 1개만 사지 않고 여러 개를 한꺼번에 구입한다. 장을 볼 때 3개 이상의 물건을 구입하면 가격이 반올림될 가능성이 반내림될 가능성에 비해 크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p 동전의 현재의 구매력 자체는 1984년에 유통이 종료된 0.5p 동전 보다도 못한 만큼 이를 없애더라도 실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최근 영국에서 '동전 없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영란은행은 영국 전체 소비의 3%만이 현금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영국 조폐국이 2016∼2017년 생산한 1p와 2p 동전은 2억8천800만 파운드(약 4천165억원) 어치로 직전 1년의 5억 파운드(약 7천231억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영란은행이 소액 동전의 유통 중지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 2016년 실질 가치 하락을 이유로 소액 동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자선단체 등은 소액 동전을 없앨 경우 기부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p 동전을 버리는 것은 영국 1천년 전통을 버리는 것과 같다는 주장을 내놓는 이도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총리실은 "1p·2p 동전 유통 중단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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