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멤버 구본길·오상욱·김정환·김준호, AG서도 정상
(자카르타=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세계 최고'에게 아시아는 좁았다.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며 한국 펜싱의 간판으로 활약해 온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빛 찌르기'를 합작했다.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 금메달을 목에 건 구본길(29), 김정환(35·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22·대전대), 김준호(24·국군체육부대)는 사실상 금메달을 '예약'하고 들어간 팀이었다.
현재 멤버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사상 첫 우승을, 올해엔 2연패를 달성했고,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맏형과 막내의 나이 차가 띠동갑을 넘는 이들은 각기 다른 장점이 시너지 효과를 폭발하며 자신들의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4 인천 대회 단체전 우승 멤버인 구본길, 김정환은 10년 가까이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며 대표팀을 지켜 온 기둥이다.
공격 범위가 깊고 두뇌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간판스타 구본길은 2010 광저우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를 달성했고, 단체전 2연패에도 큰 힘을 보탰다.
키는 180㎝가 채 되지 않지만 리듬감이 좋아 상대 타이밍을 뺏는 데 능한 김정환은 팀 내 가장 풍부한 경험으로 동생들을 이끈다.
그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첫 개인전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하며 여전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오상욱과 김준호는 유럽 선수 못지않은 체격을 자랑해 경험이 쌓이면 '사브르 전성시대'를 오래 이끌어 갈 수 있는 재목들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제그랑프리와 월드컵에서 연이어 메달을 수확한 오상욱은 이번 대회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과 금메달을 놓고 명승부를 펼쳐 차세대 간판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굳혔다.
김준호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동메달을 따내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남자 사브르는 런던 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멤버인 원우영(36), 오은석(35)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뒤 세대교체 시기를 겪었으나 김정환과 구본길이 중심을 잡으며 오상욱과 김준호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도록 비법을 전수했다.
노련한 형들과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며 동생들도 성장했고, 모두가 강한 하나의 팀을 이뤘다.
인천 대회 때 남자 사브르 금메달 싹쓸이를 지휘한 유상주(50) 코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을 맡은 뒤 돌아와 후배들과 의기투합해 다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독식을 이끌었다.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가면 '사인 공세'에 시달릴 정도로 실력 못지않게 뛰어난 외모까지 갖춰 'F4'나 '꽃미남 펜서'라는 별명도 얻은 이들의 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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