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5명 구조도…대형 허리케인은 1992년 이후 26년만
3등급으로 세력 약화…불안 속 해변에 모래주머니 쌓고 대비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김기성 기자 = 미국 하와이 주에 26년만에 대형 허리케인이 다가오면서 폭우가 쏟아지고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구조대는 홍수 위험에 놓인 주택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온 관광객 5명을 구출하기도 했다.
하와이 지역이 23일(현지시간) 대형 허리케인 '레인(Lane)'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홍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하와이 제도 일대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허리케인 레인은 카테고리 4등급으로 중심부 최고 풍속이 시속 215㎞에 달하는 강풍을 동반한 상태로 하와이섬에 접근했으나, 이날 오후 현재 카테고리 3등급으로 세력이 다소 약해졌다.
레인은 자정께 여전히 시속 195㎞의 강풍을 동반한 채 주도 호놀룰루에서 남쪽으로 370㎞ 떨어진 지점에서 하와이 쪽으로 향하고 있다. 늦어도 24일 아침에는 하와이 부근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와이에 대형 허리케인이 상륙한 것은 1992년 카테고리 4등급 '이니키'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이때 주민 6명이 사망하고 1만4천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하와이는 허리케인, 사이클론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지역이다. 1950년 이후 대형 허리케인이 상륙한 적은 1959년과 1992년 두 번밖에 없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허리케인으로 최대 750㎜ 이상의 폭우가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밤부터 이날 오후까지 24시간 사이 하와이섬에는 5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다. 앞으로 4~5일 동안 추가로 수백㎜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태풍은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하와이섬(빅아일랜드), 주도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 마우이섬 등이 영향권에 들었다.
허리케인 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하와이 카운티와 오아후· 마우이 카운티다.
허리케인센터는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지사는 주민들에게 최소 2주 치 물과 비상식량을 갖춰놓고 대피 준비를 할 것을 주문했다.
하와이 주요 도시의 대형 마트에는 생수와 통조림 등 비상식량이 동나다시피 했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현재 높은 해일이 일고 있는 하와이 섬 서부 해안지역에는 20여 개 대피소에 주민 수백 명이 수용됐다.
앞서 기상청은 해안지역에는 높은 파도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고, 섬 안쪽에는 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우려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오아후와 카우아이 섬 지역의 공립학교와 주요 대학도 휴교령을 내리고 캠퍼스를 폐쇄했다. 관공서 건물도 대부분 문을 받았다.
하와이 전역에 있는 15개 공항은 아직 폐쇄되지 않았으나 교통 당국은 항공기 이착륙 조건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바람이 거세지는 등 상황이 악화하면 항공교통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호놀룰루의 유명 해변인 와이키키의 셰라톤 리조트 직원은 AP통신에 "관광객들은 객실에 물과 식료품 등을 갖춰놓고 만일에 대비해 연락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와이키키 해변에는 방재당국이 모래주머니를 쌓아놓고 해일에 대비하고 있다.
하와이, 26년 만에 대형 허리케인 상륙…연방재난지역 선포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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