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방북 고초' 송유진씨 "이번엔 별일 없겠죠"

입력 2018-08-24 15:31   수정 2018-08-24 18:52

[이산가족상봉] '방북 고초' 송유진씨 "이번엔 별일 없겠죠"
92년 북녘 가족 만났다가 옥살이…26년 만에 동생들 재상봉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홍국기 기자 = "세상이 바뀌어 이번에 북에 있는 동생들을 26년 만에 다시 만나러 갑니다. 이번에는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24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에서 북녘에 있는 남동생 송유철(70) 씨와 여동생 송유순(72) 씨를 만난 송유진(75) 씨는 이미 26년 전인 1992년 방북해 모친과 동생들을 만난 이력이 있다.
"당시 북한 사람을 만나도 된다는 방송을 듣고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했어요. 태국에 공장이 있었는데, 허가서를 가지고 태국 공사관을 접촉했죠. 신고를 하고 1년 후에 어머님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다시 통일원에 가서 방북 허락을 해달라고 했고, 결국 북에 갔죠."
그러나 송씨는 방북 뒤 예상치 못한 고초를 겪었다. 1997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송씨를 태국 등 제3국을 거쳐 북한에 다녀온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했다.
재판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그는 1년여를 복역하다가 1998년 8·15 특사로 풀려났다. 이는 당시 언론이 다룰 정도로 파장이 큰 사건이었다.
당시 안기부는 송씨에게 북한에서 접촉한 사람의 리스트를 대라고 추궁했다고 한다."저녁에 만난 사람이 높은 사람인 것 같다고 했더니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이 사람이라고 짚었더니 그 사람이 (북한의) 권력 순위 3위인 외교부장(외무상) 백남순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높은 사람을 만났느냐고 추궁하더군요."
그는 "(안기부가) 스토리를 만들어서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발명협회, 중소기업공단 책자, 무역협회 책자 등을 북에 줬다고 꾸며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이) 대법원까지 갔는데, 다른 검사가 와서 국법준수 서약서를 쓰면 8·15 때 사면해주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결국 선고를 받고 사면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송씨는 두 차례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했지만, 모두 상봉단으로 선발되지 못했다.
그는 이번에 북에 있는 동생들을 재상봉하게 된 것을 "하나님의 축복"이라며 "다시 삶을 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황해도 평산군 출신의 송씨 가족은 6·25전쟁 발발 당시 부모님과 4남매가 모두 함께 의정부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누이와 함께 할아버지가 사는 포항으로 피신하고, 그의 어머니는 동생들을 데리고 개성의 친정집으로 가면서 가족이 생이별하게 됐다. 아버지는 폭격으로 사망했다.
휴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세상을 등지고, 송씨는 누이와 함께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그는 고학으로 대학을 나와 대우자동차,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1992년 9월 방북했을 때 만난 어머니(당시 68세)는 큰아들을 보고 싶다던 소원을 이루고 1년 뒤 세상을 떠났다. 당시 북녘의 여동생 송유순 씨는 김일성종합대 출신의 의사, 남동생 송유철 씨는 김책공대를 나와 당시 김책연구소 부소장이었다고 한다.
송씨는 남은 소망을 묻는 말에 "기다리는 마음"이라며 "(동생들과) 같이 함께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이라는 심정을 털어놨다.
[이산가족상봉] "68년을 기다렸잖아요"…2차 상봉단 곳곳서 오열 / 연합뉴스 (Yonhapnews)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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